'진도가족간첩단' 재심서 28년만에 '무죄'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2009.11.1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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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공 시절 국가안전기획부가 주도한 공안조작 사건인 '진도 가족간첩단' 사건의 피해자 박동운(64)씨 등 일가족 5명이 28년 만에 한 맺힌 간첩 누명을 벗었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조병현 부장판사)는 13일 진도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박동운(64)씨 등 일가족 5명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박씨 일가족을 2달 동안 불법구금한 상태에서 고문해 허위 자백을 강요한 것이므로 증거 능력이 없다"며 "박씨 등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음에도 원심은 모두 유죄로 인정해 사실을 오인 판결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박씨는 무죄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무죄가 선고돼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히며 "국가가 나서서 명예회복과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사건에 연루됐던 박씨의 숙모 한등자(74)씨도 "지금까지 가시밭길 위에서 살아왔다"며 "다시는 나 같은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도 가족간첩단 사건은 지난 1981년 당시 안기부가 농협 직원이었던 박씨의 가족ㆍ친지 7명이 전남 진도에서 24년 동안 고정간첩으로 활동했다고 발표한 사건이다. 박씨는 6ㆍ25전쟁 때 행방불명됐다가 남파된 아버지에게 포섭돼 간첩 활동을 했다는 혐의를 받았으며, 박씨의 어머니, 동생, 숙부, 고모 등도 잇달아 체포됐다.

박씨는 조사 과정에서 혹독한 고문에 못 이겨 두 차례 북한으로 잠입해 지령을 받았다고 허위 자백했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18년을 복역하다 1998년 가석방됐다. 박씨 일가족의 사연은 2007년 다큐멘터리 영화 '무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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