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없는데 무슨 전세난?"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09.11.03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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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분당 입주대기물량 많아 거래위축…전셋값 하락세

↑ 전세수요자의 발길이 끊어져 썰렁한 용인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 ↑ 전세수요자의 발길이 끊어져 썰렁한 용인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


#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에서 판교로 이주를 앞둔 이병곤씨(56·가명)는 입주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고민이다. 현재 거주하는 아파트를 전세를 놓은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세입자를 찾기 어려워서다. 이씨는 "1000만원 가량 낮춰도 융자가 있어서인지 집이 나가지 않아 입주지연금을 물게 생겼다"며 "전세난이라는데 왜 수요가 없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용인, 분당 전세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학군이 좋고 교통이 편리한 신시가지를 제외한 곳은 전세물건이 슬슬 나오고 있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않는다. 급등한 전셋값 부담감에 인근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 G공인관계자는 "여름철 전세난 때보다 매물이 늘었지만 9월 후반부터 전세수요자의 발걸음이 뚝 끊겨 한 달 간 거래가 없었다"며 "판교, 용인 상현동, 마곡동 등이 입주하면서 전세수요가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자 전세가는 하락 조정되는 추세다. 죽전동 새터마을현대홈타운 111㎡(이하 공급면적)은 1억9000만~2억원까지 거래되던 것이 최근 1억8000만~1억9000만원으로 1000만원 가량 떨어졌다. 기흥구 언남동 초원마을성원상떼빌2차 110㎡은 1억4000만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1000만원 가량 가격을 낮춰도 세입자가 선뜻 나서지 않는다.



언남동 인근 L공인관계자는 "상떼빌 110㎡은 올 초 전세가 9500만원 정도였는데 5000만원 가량 오른 것"이라며 "지금은 너무 올랐다는 생각에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 다산공인중개소 정용교 대표는 "잘나가던 소형 아파트 전세도 찾는 이가 없어 중개업소 20곳에 물건을 내놓기도 한다"며 "요즘은 집 팔아달라고 찾아오는 손님이 늘었다"고 말했다.

성남시 분당 일부 지역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분당구 서현동 K공인관계자는 "서현동 효자현대 72㎡가 1억6000만~1억7000만원에 나왔는데 융자 있는 물건도 아닌데 문의가 전혀 없다"며 "분당 전세가도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용인, 분당 전세시장이 거래소강상태를 보이는 이유는 우선 주변에 새 아파트단지 입주물량이 많기 때문이다. 이미영 스피드뱅크 팀장은 "이 지역은 올해 상현 힐스테이트, 래미안동천, 판교 등 내년까지 입주물량이 급증해 공급 가뭄이 덜한 편"이라며 "전세는 수급에 큰 영향을 받으므로 앞으로 이 일대 전세가는 진정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DTI규제 이후 아파트 거래가 급감한 것도 전세시장을 얼어붙게 만든 요인이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소장은 "전세시장은 국지적인 실수요에 따라 움직이기는 때문에 아파트 매매시장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며 "최근 거래침체와 맞물려 금리인상, 더블딥 이야기가 나오면서 겨울 방학철 전세수요가 이동하기 전까지는 전세시장에도 거래경색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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