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고문은 그가 이끌고 있는 종합광고대행사 이노션이 신차발표회를 주관하기 때문에 크고 작은 신차발표회는 물론 해외공장 준공식 등에도 대부분 참석해 긴장된 표정으로 진행상황을 점검하곤 했다. 특히 2008년 초 있었던 기아차 '모하비'와 현대차 '제네시스' 신차발표회 때는 5일별세한 어머니 고 이정화 여사(사진)와 나란히 참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고 이 여사의 병세는 대부분의 현대·기아차 임원들도 별세 소식이 알려지기 전까지 몰랐을 정도로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만일 정 고문이 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이번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면 정 부회장 역시 겉으로 드러난 표정과는 달리 마음이 상당히 무거웠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사실상 현대가의 맏며느리 역할을 하며 '조용한 내조'를 펼쳐온 고 이 여사는 외아들인 정 부회장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2008년 1월 '모하비'와 '제네시스' 신차 출시회장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도 정 부회장이 "어머니,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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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기아차 사장이었던 정 부회장은 지난 8월 승진을 통해 사실상 '현대차의 얼굴'로 떠올랐다. 고 이 여사는 디자인 경영 등 차별화 된 경영을 통해 기아차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실적도 크게 개선시킨데 이어 현대차 부회장으로 승진한 정 부회장을 보면서 마지막까지 마음이 흐뭇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대로 정 부회장을 비롯한 가족들의 애통함은 그만큼 더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정 부회장이 그룹 전체의 일관성을 고려한 '더 큰 경영'을 통해 경영능력을 검증해 가는 과정을 못보고 떠난데 대한 안타까움도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고 이 여사가 신병 치료를 위해 지난달 말 전용기를 통해 미국으로 떠날 때만해도 따라간 가족들조차 돌아가실 것으로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현대가 3세 경영자는 이날 "오늘 아침에야 별세 소식을 들었다"며 "너무 경황이 없고 충격적"이라며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남편인 정 회장과 외아들 정 부회장을 비롯한 가족들이 이 여사를 갑작스럽게 잃은데 따른 충격과 애통함이 어느 정도 일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