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안적 기대와 분양가상한제 폐해

이용만 한성대학교 부동산대학원 원장 2009.10.0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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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

근시안적 기대와 분양가상한제 폐해


현대 경제학은 인간의 합리성을 전제로 하여 이론들을 발전시켜 왔지만, 실제 인간은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먼 미래에 발생할 사건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여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근시안적 기대(myopic expectation)라고 부른다.

흡연자가 폐암의 위험을 알면서도 금연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던가, 내일 모레 승진시험이 닥쳤는데도 불구하고 친구와의 술자리를 뿌리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이런 근시안적 기대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카너먼(Kahneman) 교수와 트버스키(Tversky) 교수가 1979년에 발표한 전망이론(prospect theory)은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이 왜 발생하는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전망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이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어떤 혜택을 주다가 그 혜택을 박탈하는 것이 아예 처음부터 혜택을 주지 않는 것보다 못할 수가 있다. 혜택을 받을 때의 기쁨보다 혜택이 끊겼을 때의 고통을 더 크기 때문이다.



이런 근시안적 기대이론이나 전망이론은 정부정책에 여러가지 의미를 던져준다. 정부는 일반적으로 선한 의도에도 시장에 개입한다. 그러나 이런 시장개입에는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런 사회적 비용이 미래에 발생하고 그 규모의 측정이 어려울 때 근시안적 기대에 의해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쉽다는 점이다.

잘못된 정부의 시장개입이 특정한 계층에 이익을 주는 것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전망이론이 보여주다시피 인간은 손실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잘못된 정책이라 하더라도 되돌리기가 어려운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선한 의도에서 도입되었지만, 근시안적 기대로 사회적 비용을 무시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자본이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계층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되돌리기도 쉽지 않은 제도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분양가 상한제=주택가격 안정'이라는 등식 하에 도입됐지만, 이는 믿음에 불과할 뿐이다. 확실한 것은 '운 좋은 무주택자들은 싸게 신규주택을 구입할 수 있고, 그로부터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혜택을 몇몇 사람들에게 부여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치러야 할 비용이 상당히 크다는데 있다.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민간택지의 신규 분양물량 극감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된 이후인 2008년에 서울에서 이루어진 민간택지의 분양가 상한제 적용 분양물량이 1000호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3년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뻔한 일인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의 더 큰 문제는 도시의 경관과 관련이 있다. 건축물은 일단 지어지고 나면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성을 갖고 있다. 도시의 경관을 해치는 구조물이라 하더라도 일단 건축되고 나면 장기간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개발업체로 하여금 주택의 질을 높이도록 하는 유인체계가 없다.

주변시세보다 싸게 분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택의 질을 높이지 않더라도 분양하는데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유인체계는 주택개발업체로 하여금 주택을 싸게 짓는 데에만 관심을 쏟게 만들기 때문에 도시 경관을 고려한 경쟁력 있는 주택을 건설하지 않는 것이다. 그 결과 도시경관이 훼손돼 장기간 도시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잘못된 정책이라도 일단 시행되면 되돌리기가 어렵다. 그 결과 사회가 치루어야 할 비용은 크다. 더 어긋나기 전에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만은 폐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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