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급발진 파손차 대신 새 차 지급하라"

머니투데이 김선주 기자 2009.09.3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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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급발진, 판매업체가 하자 없음 입증해야"

차량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면 판매업체가 사고 차량의 하자 여부를 입증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인 급발진 관련 소송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송인권 판사는 30일 조모(72)씨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한성자동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한성자동차는 조씨에게 벤츠 신차 1대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컴퓨터, 항공기, 자동차 등 고도의 기술이 집약돼 대량으로 생산하는 제품의 경우 규명하기 어려운 이유로 오작동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소비자가 제품의 결함과 그로 인한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일반적으로 급발진 사고는 운전자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아 발생한다"며 "조씨는 주행 중 급발진 사고를 당했으므로 시동을 건 직후에 비해 운전자의 과실이 있었을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조씨는 사고 직전 지하주차장에서 나와 우회전을 한 상태였는데 주차장 입구는 오거리가 교차하는 지점이었다"며 "당시 승용차 진행 방향이 보행자도 이용하는 지상주차장 부근이었던 점으로 미뤄 조씨가 가속 페달을 밟을 이유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조씨의 승용차는 굉음을 내면서 30m 가량 질주, 정면에 있던 빌라 외벽에 부딪혔다"며 "30m는 조씨가 가속페달을 밟았다 하더라도 이 점을 깨닫고 브레이크를 밟을 여유가 있는 거리이며, 일반적으로 승용차가 고속 상태에 있다고 해서 엔진에서 굉음이 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사고 직후 에어백도 작동하지 않은 점으로 미뤄 한성자동차의 주장만으로 조씨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조씨가 당한 사고는 차량의 하자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조씨가 산 차량을 독일에서 수입, 한성자동차에 판매한 회사일 뿐"이라며 "이 사건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에 대한 조씨의 청구는 이유없다"고 덧붙였다.

송인권 판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복잡한 기계인 경우 소비자는 통상적인 사용법에 따라 사용했다는 점, 판매업체는 기계에 하자가 없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며 "급발진 사고의 손해배상 책임, 사고원인 입증을 완화한 첫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씨는 지난해 7월 서울 강동구 소재 지하주차장 근처에서 차량 급발진 사고로 자신의 벤츠 승용차가 부숴 지자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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