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현대차 잘나가니 엔화 투자'↑'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09.09.2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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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세계시장에서 선점하자 日부품기업 對韓 투자 러시

#1. 일본의 부품·소재업체 A사는 최근 한국에 생산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협상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현대·기아자동차가 생산하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체인용 소재를 납품하고 있다. 소재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특수강은 한국의 철강업체에서 공급받는다. 최근 현대·기아차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늘어 현대·기아차에 대한 매출 비중이 높아지자 아예 한국에 공장을 세우는 것이 비용 절감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2. 일본계 액정표시장치(LCD) 유리기판 생산업체 아반스트레이트는 지난 6월 경기 평택에 위치한 생산공장을 증설하기 위해 3억달러의 투자를 신고했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 LCD 부문에 유리기판을 납품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LCD TV가 올 상반기 전세계 업계 최초로 판매량 1000만대를 돌파하는 등 판매 호조를 보여 기판 수요도 늘자 추가 투자를 결정한 것.



#3. 아사히글라스는 주로 LG디스플레이에 LCD 패널용 유리 기판을 납품한다. 이 회사 역시 올들어 LG디스플레이의 LCD패널 판매가 늘어나자 충북 청원에 위치한 LCD 생산공장 증설을 위해 1억30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했다.

현대차와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자 일본 부품·소재 기업들의 한국에 대한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원화 대비 엔화 가치도 지난해 대비 13% 이상 상승해 투자 여건을 개선시켰다.



22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올들어 현재까지 일본 기업의 한국 투자는 18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 증가했다. 특히 전체 투자 금액 가운데 부품·소재분야 투자는 10억6000만달러로 59%를 차지하고 있다.

지경부 관계자는 "올해 일본 투자 유치 실적을 보면 우량 부품소재 기업들이 사업장이나 공장을 증설하는 내용이 주류"라며 "한국 기업들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엔화 가치 상승까지 겹쳐 투자 적기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일 무역역조 개선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부품·소재전용공단에도 일본기업의 입주 의향서가 속속 접수되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현재 경북 구미와 포항, 전북 익산,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등에 추진 중인 부품·소재 전용공단에는 외국 기업들이 총 6억∼7억달러 규모의 투자 의향을 보였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가 일본 기업의 자금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부품소재공단에 입주하는 기업들은 한국 내수 시장뿐 아니라 세계 시장을 겨냥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 경기 상황을 봐 가며 투자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한국내 부품 소재 기업에 투자할 한·일 부품소재 공동 펀드 조성을 성사시키기 위해 일본 측 파트너 모색에 나섰다.

올해 초 지경부는 일본 금융회사 CSK벤처캐피탈과 1억달러 규모의 부품·소재 공동펀드를 조성하기로 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최근 CSK캐피탈이 모회사인 CSK홀딩스의 대외 투자 동결 방침으로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돼 무산됐다. CSK그룹은 부동산 분야에 주로 투자했는데, 올해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큰 손실을 봤다. 이와 관련해 히로마치 타바타 CSK벤처캐피탈 대표가 최근 한국정부를 찾아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부품소재 공동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또다른 일본 벤처캐피탈과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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