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경제학자들은 상아탑을 벗어난 현실에서도 자신들이 세계를 통제하고 있다고 믿어왔다.
경제상황이 좋았던 지난 수십 년 동안 금융 경제학자들은 주식과 기타 자산들이 항상 적절한 가격으로 거래된다고 여겼으며, 시장의 본질을 안정적인 것으로 봤다.
‘이상화’된 경제학 속에서 경제학자들은 버블과 파산을 초래할 수 있는 인간의 합리성의 한계에 눈을 감아 버렸다. 금융기관들이 비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가능성과 시장(금융시장)의 불완전성 역시 간과했다. 크루그먼은 여기에 보태 화려한 수학실력을 뽐내야만 하는 경제학의 방법론이 경제학의 실패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거시경제학자들의 주류적인 시각은 크게 두 축 사이에 있었다. 한 축은 자유 시장 경제가 절대로 잘못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시장주의자들이었고 다른 한 축은 경제가 때때로 잘못된 길로 빠져들 수는 있지만 FRB의 통화정책으로 일시적 침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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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제위기처럼 FRB가 최선의 노력을 쏟았음에도 정상적인 상황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 상황을 다루는 데에는 양 측 어느 쪽도 마땅한 방책을 내놓지 못했다.
◇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지난해 엄습한 경제위기는 예측될 수 있었고 예측됐어야 한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몇몇 경제학자들은 실제로 예측하기도 했다.
로버트 실러 교수가 그 예다. 그는 버블을 규명하고, 버블이 붕괴할 경우의 고통스러운 결과를 경고했다.
그러나 정책가들은 현실을 정확히 진단하는 데 실패했다. 앨런 그린스펀 당시 FRB의장은 2004년에 집값 버블에 대해 이야기하며 "전국적인 가격 왜곡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버냉키는 2005년에 "주택 가격인상은 강력한 펀더멘털의 반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의 단호한 신념에도 불구하고 버블은 점점 불어났다. 그린스펀과 버냉키는 2001년의 경기침체에서 경제를 건져 올린 FRB의 성공을 축하하고 싶었을 것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두 FRB 의장들이 당시 저금리를 오래 유지한 것은 버블 확산의 원인이 됐다.
그러나 두 의장이 버블을 놓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버블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일반적인 신념이다. 그린스펀의 주장을 다시 한번 살펴본다면 그의 확신이 어떤 특별한 증거에 근거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의 근거는 단지 '주택 가격에 버블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앞선 주장들일 뿐이었다.
이러한 신념에 근거를 제공했던 효율적 시장이론(efficient-market theory)은 버블을 발생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효율적 시장이론의 창시자 유진 파머는 2007년 인터뷰에서 "버블이란 말은 나를 짜증나게 만든다"(drives me nuts)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왜 우리가 부동산 시장을 신뢰할 수 있는 가를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은 유동성이 작기 때문에 사람들은 주택을 구입할 때 매우 조심스러우며, 가격을 매우 신중하게 비교한 뒤 구입하므로 집값에는 버블이 발생할 수 없다. 이것이 그의 요지였다.
그러나 과소평가됐던 버블은 부풀어 올랐고, 부동산 등 안전자산의 진짜 위험이 드러나며 금융시스템의 취약성이 증명됐다. 미국 가계의 13조달러에 달하는 부가 증발해 버렸다. 600만 명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실업률은 1940년 이래 최고수준으로 치달았다. 경제학자들이 실패했음이 명백히 드러난 것이다.
(2편으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