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4년만의 재도전…SKT는 상관없다?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09.09.0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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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Company/ SK텔레시스 휴대폰 단말기사업 진출

SK의 4년만의 재도전…SKT는 상관없다?


지난 8월27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는 ‘W’라는 글씨가 등장했다. ‘W’는 SK계열사인 SK텔레시스가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업에 뛰어들겠다며 내세운 브랜드다. SK의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는 2005년 SK텔레텍의 SKY가 팬택계열에 합병된 후 4년만의 일이다.

업계는 벌써부터 술렁인다. 재계순위 3위의 SK가 단말기사업에 뛰어들 경우 시장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누리꾼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로 짜여진 양강구도를 위협하는 재미있는 그림이 그려졌다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시스의 등장이 휴대전화시장의 판도를 어떻게 몰고 갈지 업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4년만의 진출, 그룹 지원 가능성은?

SK는 알려진 대로 단말기 제조업 진출이 처음은 아니다. 1998년 SK텔레콤 (57,500원 ▼900 -1.54%)이 자회사인 SK텔레텍으로 ‘스카이’라는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키웠다. SK텔레콤은 이후 신세기통신과 합병하면서 시장지배적 사업자 판정을 받아 이동통신시장 점유율 50% 제한과 국내 연간 120만대 판매제한이라는 족쇄를 찼다.



막강한 통신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는 SK가 단말기시장에서도 이를 바탕으로 우위를 점하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판단에서였다. 결국 국내 규제에 해외시장 진출마저 실패하면서 SK텔레콤은 SK텔레텍을 팬택계열에 2924억원에 매각하고 단말기 사업을 접었다.

4년을 숨죽인 끝에 최근 SK텔레시스가 휴대전화 제조사업을 공식화하자 언론에서는 이 같은 히스토리를 바탕으로 SK그룹의 휴대전화 재진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강력한 통신사업자의 힘을 토대로 한다면 해볼 만한 게임이라는 것이다.

첫사업 때와는 달리 SK텔레시스가 SK텔레콤의 자회사가 아닌 것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는다. 그룹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이야 불가능하지만 우선 판매제한과 같은 걸림돌은 사라진 것은 호재다.


SK그룹의 정보통신 계열사인 SK텔레콤과 SK텔레시스는 SK라는 같은 그룹명을 쓰고 있지만 사실 지분관계는 없다. SK텔레시스의 지분 중 77.13%를 SKC가, 1.39%를 최신원 회장이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관계사도 아닙니다”



하지만 SK는 단말기사업의 진출에 무게를 싣지 않는 모습이다. 말 그대로 남의 회사 사업에 특혜를 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단말기 제조업체의 시장지배력이 크게 바뀐 것도 SK의 지원을 막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나 LG전자의 시장 지배력이 85%를 상회하는 마당에 관계사를 들먹였다가 SK텔레콤의 매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미국의 IT 독점기업인 퀄컴사에 불공정거래를 이유로 2600억원의 과징금을 물린 것도 SK가 단말기 사업과 거리두기를 하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SK텔레시스 역시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의 지원 가능성에 대해 “관계사도 아니다”고 반응할 정도다.

SK텔레콤이 자사 제품에만 특혜를 줬다가 메이저 단말기회사가 타 통신사에만 공급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룹 전자통신분야의 공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최근 통합 KT의 위력이 날로 더해가는 것도 그룹 지원을 기대하지 않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겨우 1년에 서너개 모델로 메이저 단말기회사에 도전하기에는 규모의 경제에 이르기도 전에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시장 진입 시 가장 치열하게 다툴 것으로 예상되는 팬택계열만 해도 올 하반기에만 10개가량의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만, SK텔레시스는 올해 빠르면 10월 1개 모델을, 내년에 3~4개의 모델을 내놓는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윤민승 SK텔레시스 신규사업부문장은 “시장은 이미 브랜드의 힘에 따라 소비자 중심으로 재편됐다”면서 “제품 수로 보나 규모로 보나 방어수단으로 관계사를 끌어들이는 시대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완벽에 신중 기해 첫 작품 내놓을 터”

“매출에 연연할 필요 없다. 출시일을 미루더라도 완벽하게 만들어라.”



이번 사업을 진두지휘한 최신원 SK텔레시스 회장은 일단 느긋한 마음을 갖기로 했다. 대신 당장 성과가 없더라도 품질과 디자인에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달라고 임직원들에게 여러 차례 주문했다.

숙원사업이던 전자기기 사업의 첫 단추가 어긋난다면 기업가 자존심에 큰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이번 사업이 창업주이자 아버지인 고 최종건 회장의 기업가 정신과 맞닿아 있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동안 SK텔레시스는 인터넷전화의 성공 이후 뚜렷한 미래 먹거리를 찾지 못했다. 중계기나 와이브로 같은 남아도는 엔지니어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사업으로 국한되다 보니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결국 이들을 활용하기 위해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에 노크를 하게 된 것. 회사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B2C 사업에 뛰어드는 모험이자 신성장동력사업인 셈이다. 휴대전화와 같은 통신기기는 특히 첫 작품이 브랜드 이미지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 회장이 첫 제품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SK텔레시스는?

지난 1997년 설립된 국내 이동통신장비업체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와이브로 시스템을 상용화하는 등 우수한 장비 R&D 기술력을 기반으로 그 동안의 B2B 기반의 장치산업에서 큰 성과를 올렸다. 최근에는 VoIP폰, 개인용 휴대전화 등 소비자 접점을 늘리면서 유무선 컨버전스 환경에 기업 역량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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