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창원 산업단지 '즐거운 비명'

부산, 울산, 창원(경남)=박종진 기자 2009.09.04 07:14
글자크기

[르포]자동차부품사 회복세 "비행기로 제품 실어가요"

창원 울산 부산으로 이어지는 동남벨트의 산업 현장이 다시 바빠지고 있다. 물량이 없어 놀던 일손들이 잔업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났던 생산직 직원들이 돌아오기도 한다. 자동차 부품사들은 지난 5월쯤 최악을 벗어나기 시작해 8월부터는 회복기에 접어들었다고 입을 모은다.

"일요일까지는 도저히 힘들어서 못하겠고 토요일은 가동합니다" 울산시 고연공단에 위치한 넥센테크 (135원 ▼36 -21.05%)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르노삼성에 차량용 전선을 독점 공급하는데 5월 이후 정부의 세제 지원 효과와 최근 '뉴SM3'의 인기 등이 겹치면서 물량이 크게 늘었다. 올 초 월 1만 대 선에서 9월부터는 2만 대로 2배가량 납품규모가 늘었다. 본사 앞마당에는 르노삼성 공장으로 들어갈 전선 상자가 재고 창고에 쌓일 새도 없이 대기하고 있다. 지난 2월 말까지만 해도 구조조정을 했던 처지였다.

이에 따라 넥센테크 측은 올 3분기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 넥센타이어 양산공장 내부 전경.↑ 넥센타이어 양산공장 내부 전경.


같은 계열사인 넥센타이어 (7,200원 ▲230 +3.30%)도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3교대 24시간 풀가동 중인 양산공장은 260개 원형 프레스 기계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타이어를 쉴 새 없이 찍어낸다. 하루 5만5000개씩 생산되는 물량은 122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철저한 재고 관리와 적극적 해외 시장 공략은 물론 최근 5년간 연구 인력을 3배나 늘리며 품질 확보에 투자해온 덕에 이번 글로벌 위기는 그야말로 기회가 됐다. 지난해 7546억 원이던 매출이 올해는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17.5%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웃한 양산 소주공단의 차체 전문회사 성우하이텍 (6,490원 ▼130 -1.96%)도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활기를 되찾았다. 현대·기아차의 대표적 1차 협력업체로 일반 용접이 안 되는 알루미늄을 마찰, 레이저 등을 이용해 특수 용접하는 독보적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차체 경량화가 필수인 그린카 시대에 경쟁력을 갖췄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체코, 슬로바키아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연간 60만대 생산능력을 지닌 성우하이텍의 체코법인에 거는 기대도 크다.

높은 품질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해외 글로벌 브랜드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창원 외동 산업단지의 S&T중공업 (20,900원 ▲550 +2.70%)은 지난해 벤츠 트럭에 파워트레인 부품 납품에 성공하자 최근 유럽 최대 상용차 브랜드인 독일 만 트럭 등 유수의 업체들로부터 공급 문의를 받고 있다. 이미 승용차 변속기는 푸조 시트로엥(PSA)에 납품 중이다.

↑ S&T대우 공장 내 작업 모습.↑ S&T대우 공장 내 작업 모습.
S&T대우 (46,850원 ▼350 -0.74%)도 '비GM 고객사'를 적극 늘려가고 있다. S&T대우는 GM대우의 최대 협력사 중 하나로 한때 매출비중이 80%에 달해 글로벌 GM이 위기에 빠지자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지난 6월부터 캐나다 자동차부품사 마그나 파워트레인사에 연간 220억원의 고기능부 변속기 구동용 모터를 공급하고 지난 7월부터는 PSA에 뒷좌석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본격 수출하고 있다. PSA 측이 부품 조달 시간을 줄이기 위해 배가 아닌 비행기로 실어갈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미국 부품업체 존슨 콘트롤사(JCI)에도 비슷한 부품을 내년부터 납품하기로 하고 현재 개발 중이다. S&T대우 측은 "내년까지 GM 매출 비중을 50% 이하로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차량용 각종 고무제품을 생산하는 부산 금사동에 동일고무벨트는 지난해 말 상당 부분의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버텼다. 동일벨트 (4,735원 ▲20 +0.42%)는 최근 경기 회복세와 함께 유럽 등 글로벌 브랜드들은 물론 이란을 비롯한 중동 쪽에서도 납품 문의를 받고 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 4월까지 국내 자동차 생산(내수·수출 포함)은 95만7303대로 지난해보다 30.3% 줄었다. 하지만 내수가 5월부터 전년대비 증가세로 돌아선 것을 시작으로 전체 생산도 7월 31만342대로 전년보다 20.3% 증가했다.



업계 전문가는 "구조조정으로 비용구조를 개선하고 꾸준히 기술력을 발전시켜 온 부품사들은 통계 수치 이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부품업계도 지금부터 새로운 도약을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부품업체 한 관계자도 "올 초까지만 해도 앞이 안보였다"며 "현재는 준비된 기업에게는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이 딱 맞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