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갈아타기의 기술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연구위원 2009.09.0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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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갈아타기 완전정복 / 펀드

작년 이맘 때였다. 오랜 펀드 손실로 극심한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김모씨와 전화 상담을 한 적이 있다. 대기업 간부인 김씨는 괜한 욕심으로 심한 낭패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몇번의 수술을 할 정도로 몸이 좋지 않아 빨리 회사를 그만두고 쉬고 싶었단다. 그래서 단기간에 노후자금 10억원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로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받은 7억원을 펀드에 덜컥 투자했다. 그것도 2007년 말 시장이 한껏 달아오른 시점이었다.



펀드 갈아타기의 기술


당시 분위기라면 단기간에 10억원을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았을 것이다. 놀라운 것은 김씨가 투자한 펀드의 포트폴리오였다. 7억원을 3개 펀드에 나눠 투자했는데 펀드 구성이 차이나펀드, 아시아펀드, 브릭스펀드 등이었다. 기대수익이 높은 반면 투자위험도 높은 이머징시장에 집중투자한 셈이다. 결국 예상치 못한 글로벌 경제 위기로 김씨의 펀드 평가액은 원금의 절반 이하 상태였다.

김씨 사정을 듣고 있자니 뭐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떨어지는 칼날은 손으로 만지지 말라’는 주식격언을 들며 함부로 환매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만일 지금까지 김씨가 투자를 계속 유지해 왔다면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이긴 하지만 손실폭은 상당 부분 줄었을 것이다.



김씨의 경우처럼 힘든 상황을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김씨의 펀드 투자는 애초부터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투자였다. 무엇보다도 단기간에 고수익을 올려 노후 자금을 마련하려는 목표는 애초부터 무리다. 과도한 목표를 지나치게 앞세운 탓에 전체적인 투자위험을 고려하지 못했다.

실패 요인 중 또 하나는 편향된 포트폴리오를 꼽을 수 있다. 김씨가 투자한 펀드들은 모두 해외펀드인데다 이머징 마켓, 특히 중국에 집중됐다. 이들은 가파른 경제성장 때문에 주가의 등락이 상대적으로 심한 특징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투자위험 역시 높은 국가나 지역에만 집중 투자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수익이 나는 상황만 생각했을 뿐 반대로 손실이 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대비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펀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야 할 것이다. 펀드 포트폴리오 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시장 상황을 쫓는 조정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즉 펀드가 손실 났다고 해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투자법이다. 이는 자칫 예상과 다르게 엇박자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단기적으로 주가가 떨어질 것 같다고 해서 주식펀드 비중을 줄이고 채권펀드로 옮기는 식이다. 막상 주식펀드 비중을 줄이고 난 후 주가가 다시 반등하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반대로 주가가 오른다고 주식펀드 비중을 늘렸다가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 더 많은 손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김씨의 경우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해서는 올바른 투자목표 수립부터 다시 할 필요가 있다. 노후 생활 자금으로 가능한 빨리 10억원 마련을 목표로 삼고 있는 데 이 목표가 적절한 가에 대해 점검해야 한다.



김씨의 생활수준과 평균 수명, 노후 예상되는 간병비 등을 충분히 감안해 은퇴 목표를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 노후 생활 자금으로 목돈을 마련하는 것도 재고해야 한다. 은퇴 후 목돈이 있으면 자칫 상속이나 증여 등의 문제로 가족 사이에 분란을 생길 수 있으며 생전 안 해본 사업을 하려다가 한꺼번에 날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치매 같은 병이라도 걸리면 통장에 얼마가 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노후 준비는 목돈 마련보다 연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투자목표를 재점검하다 보면 자연스레 투자기간에 대해서도 재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은퇴준비를 위한 투자기간을 짧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남편이 55세인 부부는 “앞으로 60세에 은퇴할 생각입니다. 은퇴까지 5년밖에 안 남았기 때문에 투자기간이 짧습니다. 은퇴가 가까워오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채권 위주의 투자를 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은퇴 전 기간과 투자기간을 혼동한 말이다. 숨겨놓은 자산이 없다면 많은 사람들은 은퇴 이후 그동안 투자했던 자금으로 살아가야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들의 투자기간은 사망할 때까지로 연장해야 한다.



평균적인 건강 상태의 남성은 평균 여명이 20년 정도 된다. 20년이라는 투자기간은 인플레이션 위험이 주가의 변동성 위험보다 크기 때문에 그들의 포트폴리오에는 주식이 비중 있게 포함돼야 할 것이다. 은퇴가 얼마 안 남았다고 해서 채권 위주로 운용하면 안 된다는 얘기다. 이처럼 투자기간을 짧게 평가하는 경향은 포트폴리오에서 주식의 비중을 지나치게 낮춰 자칫 인플레이션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문제가 있다.

은퇴 목표와 투자기간에 따라 전체적인 주식과 채권자산의 투자 비중을 정하고 각 자산 내 적합한 금융상품을 선택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절차를 밟아야 자신에게 맞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

결국 이렇게 정한 포트폴리오와 현재 포트폴리오를 비교해 일부 펀드는 환매하고 적절한 금융상품을 새로 가입하는 식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매우 전문적이어서 투자자 스스로 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따라서 김씨의 상황에 맞게 재무계획을 세워줄 전문가를 찾는 것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과제다.



최근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펀드를 환매해 직접 투자에 나서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일부 주식시장 관계자들마저 원금 회복을 위해 주식종목 투자에 나설 것을 부추기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손실 뒤에 원금에 대한 집착이 강해지는 심리가 있다. 내기게임에서 한번 잃은 사람은 본전에 집착해 ‘두배 내기(Double or Nothing)’를 쉽게 받아들인다. 본전을 찾으려는 욕심에 더욱 위험한 투자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자칫 더욱 깊은 나락에 빠질 수 있는 위험한 투자이므로 결코 피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펀드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때 다음 몇 가지 사항은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째, 포트폴리오 점검은 1년에 한번 정도가 적당하다. 지나치게 자주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둘째, 펀드 환매와 가입은 한꺼번에 하기보다는 여러 번 나눠서 하는 것이 좋다. 가격 등락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분할 매수- 분할 환매 전략으로 조정한다. 마지막으로 펀드 포트폴리오 조정은 결코 수익률이 기준이 아니라 자신의 재무목표라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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