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김여사도 '마크'에 반할까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09.09.01 11:24
글자크기

[머니위크]GM대우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타보니

초보 김여사도 '마크'에 반할까


“○○○ 선수 공을 잡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헤어스타일이 바뀌었네요. 베컴 스타일이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하나 봐요.”

“지난주에는 후끈한 소식이 있었죠? △△△선수가 아이돌 그룹 멤버인 XXX씨와 열애 중이라고 하는데요, 이 선수는 작년에도 신인배우 □□□양과 염문설이 있었어요.”

일전에 여성들을 위한 축구중계방송이 있다면 이 같은 중계가 인기를 끌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여성들의 상당수가 선수들의 플레이보다는 신변잡기나 사생활에 더 많은 관심이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었다. 축구의 룰을 잘 모르는 초보 여성팬에게 어쩌면 경기는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생각에 공감이 갔다.



여성들의 시각이 축구선수의 기량보다는 주변 사건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처럼 초보 여성 운전자 역시 자동차의 엔진의 성능보다는 수납공간이나 색깔 등에 더 관심이 많은 듯하다.

주변의 여성 초보운전자들에게 ‘이번에 새로 출시된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이하 마크) 시승을 한다’고 했더니 ‘제발 휠베이스니 최대 토크니 하는 당신네들만 아는 어려운 이야기는 집어치우고 여성들이 관심 있어 할만한 내용으로 쉽게 써 달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사실 마크를 비롯한 경차들의 주요 타깃 층이 도심 출퇴근용 여성 운전자인만큼 여성의 관점에 맞게 시승기를 써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여사(여성 초보운전자를 의미)를 위한 색다른 시승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초보 김여사도 '마크'에 반할까
◆외관은 괜찮은데…“차야 다 그렇지 뭐”


시승할 때마다 매번 느끼는 기분이었지만 오늘은 조금 특별하다. 기자의 성별은 남성인데 반해 오늘은 여성 초보운전자 관점에서 써야 하기 때문이다. 오너드라이버는 아니라서 초보라는 타이틀이 불편하지 않지만 말이다.

8월26일 매우 흐린 오후 GM대우 창원공장에서 부산 해운대까지 96.7km에 이르는 마티즈 신차 시승회에 참여했다. 시승행사는 차량 한대당 2인1조로 운영됐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함께 탑승한 기자가 운전면허가 없다는 이유 때문에 전 구간을 혼자 운전하는 영광(?)을 얻었다.



짐을 싣기 위해 뒷좌석 문을 열려고 했는데 ‘어랏?’, 손잡이가 없다. 자세히 살펴보니 가슴께에 ‘ㅡ’자 방향이 아닌 ‘l'자 방향으로 차량 손잡이가 있다. 그러고 보니 1시간 전 김태완 디자인부문 부사장이 “젊은 사람의 감각에 맞추기 위해 5도어지만 3도어처럼 보이게 하려고 힘썼다”고 한 말이 생각났다.

차량의 옆모습은 말 그대로 스포티하다. 마치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려는 사이클 선수의 헬멧과 흡사하다.

앞에서 본 모습은 국내 준중형 모델의 좌우 폭을 밀어붙인 듯한 모습이다. 헤드램프는 눈화장을 한 것처럼 꼬리가 올라간 것이 경극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눈이다. 자동차의 입처럼 보이는 라이데이터 그릴은 무척이나 커서 크라이슬러를 연상케 했다.



트렁크를 열어봤더니 우산이 있었다. 시승행사 당시 날씨가 흐렸기 때문에 주최 측에서 마련한 세심한 배려였다. 우산을 집어 꺼내려는 순간,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다. 우산이 양쪽으로 걸려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 것이다. 경차의 한계를 느낀 순간이었다.

◆가속페달을 밟았더니…

좌석에 앉았다. 모터사이클을 연상케 하는 계기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모터사이클이라는 공통된 취미를 갖고 있는 경차인테리어팀원들의 아이디어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속도계는 아날로그, 나머지는 디지털이다. 조작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릴 듯 해 무시하고 달리기로 했다.



시동을 걸고 서서히 출발했다. 이미 언론에서 제로에 가깝다고 칭찬했던 차량 소음은 예상대로 괜찮았지만 ‘시동이 걸렸는지조차 몰랐다’ 정도는 아니었다. 볼륨 12에 맞춰놓은 음악은 엔진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신호가 바뀌고 상상 속의 레이싱이 시작됐다. 하지만 가속이 생각처럼 시원하지 않았다. 앞선 차량이 일찌감치 치고 나가는 동안 시승차량은 RPM(분당 엔진 회전수)만 오를 뿐 굼뜨다는 느낌이다.

시원하게 뚫린 도로에서 가속페달에 힘을 주었다. 속도계가 160km를 가리키는 동안 RPM이 무려 5500까지 치솟았다. 무서워 냉큼 가속페달에 발을 뗐다. 다행히도 차량 떨림 현상은 일어나지 않았다.



커브주행은 원만했다. 특별히 쏠림현상도 없었고 차체가 뜨는 느낌도 없었다. 세미 버킷 시트(엉덩이 부분의 양쪽 끝에 튀어나와 탑승 시 안정감을 주는 좌석, 스포츠카의 좌석을 상상하면 된다)가 몸을 잡아주는 느낌이다.

◆김여사를 위한 배려

주변의 여성 운전자가 자주 불평하는 말이 수납공간의 부재다. 뒷좌석이나 옆좌석에 핸드백이나 지갑을 던져놓았다가 손이 닿지 않아 고생한 경험이 유독 많다는 것.



마크는 여성들을 위한 수납공간이 곳곳에 숨어있다. 좌석 문에는 책자와 작은 페트병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과 딱 콤팩트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변속기 앞에는 컵 홀더 두개가 있고, 그 위로는 다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센터페시아 하단 수납함이 있다.

다만 사이드 브레이크 뒤에 놓여있던 수납함은 작은 컵 홀더로 교체됐다. 운전석에서 팔걸이로 요긴하게 쓰였던 부분이라 아쉽긴 하지만 매번 물건을 꺼낼 때 팔의 각도가 나오지 않아 애먹었던 걸 생각하면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크의 외장 색깔은 모두 9개다. 맨하탄 실버, 삿포로 화이트, 프라하 블랙, 바르셀로나 레드, 캘리포니아 오렌지, 벨기에 브라운, 산토리니 블루, 하바나 그린, 아이슬란드 블루 등 세계 각 지역에서 연상되는 은은한 색깔이 무척 독특하다.



내부 인테리어 컬러도 다양하다. 블랙을 베이스로 9가지의 컬러가 잘 조합됐다. 시트도 문양이 들어간 시트 등 6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경차 운전자가 느낄만한 호사

경차 구입 시 소비자가 가장 중요시하는 안전성은 눈으로 확인할 수 없어 GM대우 관계자에게 설명을 구했다.



마크의 안전성에서 가장 강조되는 부분은 커튼 에어백(물론 옵션사항이다)이다. 사고 시 운전자와 동승자의 전후좌우에 에어백이 튀어나오면서 안전성을 높이는 시스템이다. 또 하나는 범퍼에 장착된 리어 크래쉬 박스다. 충돌 시 충격을 완화해 주는 기능이다. 차체 하부에 장착된 H빔도 측면 충돌 시 탑승자의 안전을 높인다. 이들 모두 경차에서 처음으로 도입됐다는 것이 GM대우 측의 설명이다.

수동기어 차량의 크러치 페달에 해당하는 좌측 발부분이 불필요하게 튀어나와 ‘왼발을 놓을 곳이 없다’는 지적에 GM대우 측은 또 다시 안전을 이유로 내세웠다. 충돌 시 왼쪽 발목이 끼이는 사고가 빈번한 것에 착안해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아이디어다.

곳곳에 운전자의 세심한 배려가 숨어있는 마크의 출시가격은 906만원이다. 에어컨조차 장착하지 않는 경제관념이 투철한 사람을 위한 가격이다. 만약 경차 운전자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프라이드(쉽게 말해 풀옵션)를 원한다면 1400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차량 구입에 따른 세금과 보험료를 제외하고 말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