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종플루와 안전불감증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2009.08.2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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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신종플루와 안전불감증


국내 신종플루 사망자가 1만명에서 최대 2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정부 자료가 공개됐다. 정부는 "회의 준비과정에서 검토한 가상 시나리오의 일부"라며 "현실성이 매우 낮은 시나리오"라고 즉각 해명했다. 사망자 1만~2만명은 영국이나 호주 등 외국에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나온 수치를 국내 단순 적용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종플루는 말 그대로 인류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바이러스다. 치사율이나 앞으로 전개 방향에 대해서도 전문가들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더욱 혼란스럽다.



인플루엔자는 일단 대유행이 시작되면 8~16주 내 결판이 난다. 이 기간에 환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수그러들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대유행을 막을 수 없다면 중증환자와 이로 인한 사망자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 대책이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 보여준 보건당국의 대처는 실망스럽다. 8월 중순 2명의 사망자가 나오자 부랴부랴 거점병원과 약국을 지정하고 항바이러스제와 백신 보유를 위한 예산을 늘렸다. 이 과정에서 일선 의료기관과 손발이 제대로 맞지 않았다. '의료진이나 다른 외래환자 감염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팩스 한 장으로 바뀐 지침이 왔다, 해석이 모호해도 문의할 곳조차 제대로 없다'는 의료계의 불만이 쏟아졌다.



백신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한발 늦었다. 지난 7월 정부가 실시한 입찰은 정부 단가가 해외 제약사가 요구한 가격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무산됐다. 질병관리본부장은 부랴부랴 해외에 나가 백신 공급을 호소했지만 얼마나 입찰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급기야는 한 의원실을 통해 '사망자가 2만명까지 예상된다'는 정부합동대책회의 자료가 유출됐다.

국민들의 생활도 막연한 불안만 커졌을 뿐, 별다른 대처가 없다. 일례로 한 고등학교 교사는 최근 해외에서 입국해 7일간 학교를 쉬었지만 그 기간에 동료 교사들과 취미생활을 즐겼다.

최근 신종플루 사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오버하는 정치권, 대책 없는 당국, 안전 불감증 국민으로 요약될 수 있다.


신종플루는 이제 초반부가 시작됐다. 겨울이 되면 기승을 부리는 유행성 독감처럼 한동안 유행이 지속될 수도 있다. 과도한 불안이나 해이 없이 각계각층의 차분한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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