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이 세상 구했다"...잭슨홀 자축?

뉴욕=김준형 특파원·김경환 기자 2009.08.22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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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 "회복" 언급, 지나친 낙관은 경계

"중앙은행들이 없었더라면 세계 경제 침체는 훨씬 심각했을 것"

미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이틀간의 연례 심포지엄에 참가한 세계 주요 중앙은행 수장들의 표정은 지난해와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밝았다.

지나친 낙관론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곁들여지긴 했지만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비롯한 중앙은행장들은 세계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 성장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는데 공감을 표시했다.



◇ 버냉키 "성장세 회복 기대"

버냉키 의장은 21일(현지시간) 연설을 통해 "지난 1년간 미 경제가 급격히 위축된 후 경제 활동이 미국과 해외에서 다시 안정(leveling out)되기 개선되기 시작했다"면서 "경제가 단기간내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한다(prospects for a return to growth in the near term appear good)"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 회복(Recovery)은 처음에는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릴 것이며 실업률도 고점에서 천천히 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준은 지난주 열린 공개시장위원회(FOMC)성명에서 경제가 '안정(leveling out)'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잭슨홀 발언에서도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또 "여전히 중요한 도전이 남아있다"는 전제를 달았다. 하지만 '회복'을 기정사실화했다는 점에서 연준의 성명에 비해 한걸음 더 나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경제학자들은 미국 경제가 3분기 연율 기준 2.2% 성장세를 기록하며,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달 전세계 경제가 올해 -1.4%의 성장률을 기록한 후 내년에는 2.5%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독일, 프랑스 등도 지난 2분기 성장세로 돌아서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 1년전과 분위기 딴판...'버냉키 연임 의식' 분석도



'잭슨홀 컨퍼런스'는 본래 여름 휴가철을 맞아 세계 중앙은행 수장들이 휴가를 겸해 옐로스톤 국립공원 입구의 절경 잭슨홀에서 담소를 나누는 정례행사였다.
금융위기가 한창 심화되고 있던 지난해에는 연준을 비롯한 세계 중앙은행의 대응책에 관심이 쏠리면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었고 컨퍼런스도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였다.

그러나 올해는 버냉키 의장이 행사첫날인 20일 일행들과 산행에 나섰고, 행사 도중에도 농담이 오가는 등 분위기가 작년과는 딴판이었다.

버냉키의장은 연설에서 "작년에 우리가 여기서 만난 이후 세계는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금융위기를 겪어왔다"고 돌이켰다.
이어 "전세계 경제가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의 공격적인 조치에 힘입어 경기침체로부터 탈출하기 시작했다"고 '치하', 자축분위기마저 연출했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이날 미 증시 상승세에 가속이 붙었다.



월가 전문가들과 미 언론들은 내년 1월 임기가 만료되는 버냉키 의장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 그리고 국민들에게 자신과 연준의 정책적 성과를 분명히 전달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 "정책 노력 지속돼야" 지나친 낙관은 경계

물론 잭슨홀에 모인 중앙은행 수장과 경제전문가들이 마냥 장밋빛 전망에 취해든 것은 아니다. 참석자들은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데는 동의하면서도 지속가능한 회복을 위해서는 정책적 노력이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총재는 "경제회복이 지속가능하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며 정책담당자들은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저기서 새싹들(green shoots)이 보인다고 해서 드디어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말하는 데는 동의할수 없다(unease)"고 덧붙였다.

마틴 펠트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는 여전히 취약한 상태며 최근의 회복세가 지속가능한 것인지 속단할수 없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의 MIT 박사과정 지도교수였던 스탠리 피셔 이스라엘 은행 총재는 "긍정적인 경제회복 신호들에도 불구하고 경제위기 종료를 선언하기에는 이르다"고 경계했다.
그러나 피셔총재도 "9개월전(작년 연말)에 생각했던것 보다는 세계 경제 성장징후가 훨씬 빨리 나타났다"며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는 데는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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