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파업, "선거 의식해 파업 남발" 논란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9.08.2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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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내부서도 비난여론… "8시간 일하고 10시간 임금 요구, 이해 불가"

#"한 달을 더 기다리라고요?" 영업일을 하는 박모씨(41)는 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장만하기 위해 지난 7월 초 기아차 분당지점에서 '쏘렌토R'을 계약하고 한 달 보름째 출고를 기다리다 분통을 터트렸다. 파업으로 차량 출고가 지연돼온 데다 사태 장기화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지점에서조차 알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솔직히 기아차 노조의 요구는 무리한 것 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노동운동 활동가 K씨는 "노조 지도부가 공감 못할 내용으로 억지 파업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아차가 최근 실적이 나아지자 노조원들에게 파업 지시를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아자동차 (105,600원 ▲2,100 +2.03%) 노사 협상이 장기화되면서 파업이 잇따르자 안팎으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9일까지 전면파업 1번, 부분파업 10번 등 모두 11차례 파업으로 3만4000대 생산 차질에 매출 손실도 6000억원을 넘어섰다.

최근 신차 및 환율 효과, 정부 세제 지원 등으로 선전을 펼치고 있지만 '포르테', '쏘렌토R' 등 인기 차종이 제때 출시되지 못하며 고객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특히 노조 내부에서도 비판이 거세다. 핵심 쟁점인 주간연속2교대제 및 월급제 시행을 둘러싸고 노조 지도부가 실현 불가능한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비난이다.

한 현장 활동가는 "GM대우 노조가 임금 동결을 수용했고 쌍용차 노조는 망할 처지, 현대차 노조는 지도부가 사퇴한 마당인데 기아차의 현 집행부는 8시간 일하고 종전 10시간 일할 때만큼의 임금을 달라고 고집하며 사태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아차 노사는 하루 최장 10시간(정규8시간+잔업2시간) 근무를 주야간 이어서 하는 '10+10' 근무체제를, 올 9월부터는 철야근무를 없애고 8시간 근무를 두 차례 이어 하는 '8+8' 근무체제(주간연속2교대제)로 변경하는 방안을 협의해왔다. 노조는 '8+8 근무제'를 도입하더라도 임금은 '10+10' 근무일 때만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에 대해 "8시간 일하고 10시간 임금을 받겠다는 것"이라며 광주공장장 등 사측 교섭위원 3명의 사표를 수리하는 등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노조 집행부가 협상을 차기 선거까지 끌고 가 집권연장을 노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업을 좀 더 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선거로 돌입한 다음 임금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명분을 내건다는 논리다. 금속노조 등 주요 노조 관련 게시판에 "잔머리 굴리며 무리한 파업만 강행한다"는 비난이 잇따르는 까닭이다.

20일 기아차 노조는 전날에 이어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노사협상 문제가 아닌 9월로 예정된 선거 형태를 놓고 논쟁을 벌였다. 파업수위는 이후 쟁의대책회의를 통해 별도로 정한다는 방침이어서 사태는 단기간 내 해결이 어려워 보인다.

유지수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금 자동차 업계는 사업장이 아니라 도박장이라 할 만큼 그린카 관련 기술에 과감한 동시다발적 투자가 필요하다"며 "노조의 10시간 임금분에 대한 월급제 요구는 회사의 경기변동 대응능력과 투자여력을 크게 떨어뜨려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생산성 향상 논의 없이 10시간 임금을 받는 주간연속2교대제는 불가능하다"며 "현대·기아차가 공동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승용공장의 라인 1곳이라도 시범운영을 하며 시행착오를 바로잡아나가는 등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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