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현대·기아차 "우리 칭찬 마세요"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9.08.1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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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사상최대'라는 말은 제발 빼주세요"

매월 초 현대·기아차의 국내외 실적이 발표될 때면 진풍경이 벌어진다. 올 들어 세계적 경기침체에도 눈부신 선전을 펼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주요 시장에서 높은 판매대수를 기록해왔지만 회사가 이를 드러내놓고 '자랑'하기를 꺼리는 탓이다. 칭찬해준다고 해도 마다한다.

지난 7월까지 미국시장에서 최초로 일본 닛산을 제치고 올해 누적판매 6위에 올랐을 때도, 지난 5월과 6월 각각 중국 및 국내시장에서 월 단위 역대 최다 판매를 기록했을 때도, 현대차가 2분기 사상최고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을 때도 그랬다.



가히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했던 홍길동의 고충을 보는 듯하다. 실적이 좋아도 '후환'이 두려워 있는 그대로 보이지 못한다.

이유는 노조 때문이다. "올 노사협상이 진행 중인데 '잘 나간다'고 하면 '무리한 요구'가 따라와 회사가 힘들어진다"는 하소연이다. 환율 효과와 정부 세제지원 등으로 혜택을 볼 때 마케팅과 연구개발 여력을 충분히 벌어놓아야 한다는 호소도 뒤따른다.



현대차는 노조 지도부가 사퇴한 탓에 교섭이 중단된 상태고 기아차 노조는 지난해 약속한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하라며 이미 10번의 파업을 벌였다. 노조 간부들은 "파업이라도 안하면 회사가 꿈쩍도 안 한다"고 말한다. 이런 불신에는 과거 외환위기 사태 직후 단행된 대규모 정리해고의 상흔이 깔려 있다.

현대ㆍ기아차에게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불황의 폭풍이 휩쓸고 간 현재부터 향후 3~5년 내 친환경 그린카 시장을 선점하는 기업이 미래 자동차산업을 지배할 것이기 때문이다.

노사 문제가 가로막고 있는 한 선진기술을 따라잡을 수 없다. 토요타 '프리우스'가 돌풍을 일으킨 지난 6월 말 일본 유력 주간지 니케이 비즈니스는 장장 16페이지에 걸친 하이브리드 특집을 실으면서 현대차에 대한 언급은 단 한 줄도 걸치지 않았다. 중국을 경계하는 박스기사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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