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뷰]인도 가정부가 몰려온다고?

머니투데이 박형기 산업부장 대우 2009.08.07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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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뷰]인도 가정부가 몰려온다고?


한국과 인도는 7일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에 정식 서명했습니다. 한국-인도 CEPA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인도는 한국의 공산품을 받아들이고 한국은 인도의 인력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도는 제조업이 전체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습니다(15% 내외). 따라서 수출할 변변한 공산품이 없습니다. 그런데 인구는 12억 입니다. 사람 이외에 수출할 것이 별로 없다는 얘깁니다. 인도의 최대 수출품목(?)은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만만치 않습니다. 영어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IT 또는 금융 전문지식에 영어까지 겸비한 인도인들은 세계 각국에서 환영 받습니다. 미국에서 아시아 출신으로 유일하게 주류 사회에 진입하는 민족이 바로 인도인입니다.

IT로 무장한 인도 전문 인력이 실리콘밸리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입니다. 심지어 실리콘밸리가 아니라 ‘일리콘밸리’(Indian Silicon Valley의 줄임말)라는 수사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MS의 직원 3분의1이 인도인입니다. MS는 인도 출신을 위해서 인도의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크리켓 대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습니다.



또 '아유르베다'로 유명한 인도는 일찍이 의술이 발달했습니다. 찬란한 의학 전통에 따라 인도의 상류층은 의업계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국 의사의 4분의 1이 인도인입니다. 미국 의업계에서 인도인 의사들은 가장 강력한 이익집단입니다. 이들은 더 나아가 IT와 의학을 결합해 최첨단 의료기기를 생산해 내고 있습니다. 동맥경화증으로 막힌 혈관에 '스텐트(stent)'라는 관을 삽입해 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장비를 개발한 사람도 인도인 크리슈난 수난시런(Krishnan Suthanthiran)입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인도인은 숫자에 밝습니다. '0'의 개념을 고안해 아라비아에 전한 것도 인도인들입니다. 숫자에 밝은 인도인들은 재무회계 부문에서 특출한 능력을 발휘 합니다. 인도인은 월가의 가장 강력한 산업 예비군입니다.

그런 인도인들이 CEPA를 계기로 한국으로 몰려들 겁니다. 일단 소프트웨어 전문가, 영어 교사, 금융 인력 등이 떠오릅니다. 다행히도 이번 협정에서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분야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인도의 의료산업 경쟁력이 탁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도 출신 가정부도 한국에 상륙할까요? 한 때 강남 등에서 자녀의 영어 조기교육을 위해 필리핀 출신 가정부를 고용하는 집이 많았다고 합니다. 요즘은 중국 붐이 일면서 조선족을 가정부로 고용해 조기 중국어 교육을 시키는 집도 많다고 합니다. 한국의 교육열이라면 인도 가정부가 출현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필리핀 최대의 산업역군은 세계 전역에 퍼져있는 가정부들입니다. 이들이 고국으로 보내는 송금이 필리핀 경제의 버팀목입니다. 이들은 매년 200억 달러씩 고국에 송금합니다. 필리핀의 국내총생산(GDP)이 1685억 달러입니다(2008년 세계은행 기준). 해외 가정부들의 송금이 GDP의 약 14%를 차지합니다.



이 정도면 가정부도 서비스 '산업'입니다. 세계에 인도 출신 가정부가 얼마나 퍼져 있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재외동포들의 해외송금 규모가 가장 큰 나라가 바로 인도입니다. 인도가 300억 달러로 가장 많고, 중국이 270억 달러로 2위, 그 뒤를 필리핀, 멕시코가 잇고 있습니다. 인도 출신 가정부가 세계에 적잖이 퍼져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통계입니다.

물론 해외송금을 모두 가정부가 보내는 것은 아닐 겁니다. 또 '사티'(남편이 죽으면 아내가 따라 죽는 풍습) 등으로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은 인도이기에 여성이 해외로 진출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겁니다. 인도인 가정부가 생각보다 적게 퍼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에서 인도 출신 가정부를 못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도 가정부가 아니더라도 인도 출신 인력이 대거 수입되면 한국의 노동시장에도 새로운 풍속도가 생길 겁니다. 어떤 그림이 그려질 지 자못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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