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名匠 김징완의 불황 타파 작전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09.08.1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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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CEO In&Out]김징완 삼성중공업 부회장

“삼성중공업의 기술력과 전 직원이 합심한 덕분입니다.”

올해 초부터 네덜란드 에너지기업 로열더치셸과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던 김징완 삼성중공업 (10,630원 ▲130 +1.24%) 부회장의 호언이 현실이 됐다. 15년간 무려 500억달러(약 60조원)라는 거대한 수주 계약을 진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7월29일 로열더치셸과 천연가스의 생산과 액화ㆍ저장기능을 갖춘 복합 특수선박인 LNG-FPSO를 건조하는 장기공급 독점 계약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계약 내용은 향후 15년간 로열더치셸이 발주하는 대형 LNG-FPSO의 독점 지위 확보다.



발주가 결정되면 세계 조선 해양사에서 최대 금액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 척당 50억달러 규모로 최대 10척까지 발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로열더치셸은 1907년 네덜란드의 석유회사인 로열더치와 영국의 운송 무역회사인 셸이 합병한 회사. 지난해 매출은 4583억달러(576조원), 순이익은 265억달러(33조언)에 이르는 유럽 최대 에너지 기업이다.



이번 계약으로 삼성중공업이 건조하는 첫 LNG-FPSO는 길이 456m, 폭 74m, 높이 100m로 자체 중량만 20만톤에 달한다. 금액도 초대형 유조선 35척 수주에 맞먹는 50억달러 규모다.

다만 당장에 60조원이라는 발주금액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공시에 따르면 500억달러는 최대 전망치일 뿐 가격협상이 필요하고, 계약기간 15년도 로열더치셸의 요구에 따라 이뤄지는 옵션이다. 또 로열더치셸이 1척 이상만 발주하면 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5년간 단 한척만 발주해도 무방하다.

물론 양사의 관계를 고려해볼 때 계약이 단기간 내에 끝날 가능성은 많지 않다. 지난 2002년 2척의 원유생산용 FPSO를 인도하는 등 로열더치셸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 김징완 부회장삼성중공업 김징완 부회장


◆김징완의 현장사랑

수주에 목말라 있던 조선업계에 대박 가능성을 연 삼성중공업에는 선장 김징완 부회장이 있다. 김 부회장은 전형적인 현장 예찬론자다.



1992년에 있었던 ‘얼음 퍼주기’ 일화는 그의 현장사랑을 가늠할 수 있다. 무더운 여름 용접작업에 한창인 직원들을 위해 김 부회장은 직접 트럭을 이끌고 얼음을 전달하며 직원들을 격려했다.

사내 택배나 사내 택시 운영 역시 현장경영이 아니고서는 생각할 수 없는 아이디어다. 김 부회장은 2003년 100만평(약 330㎡)이 넘는 넓은 현장을 오가며 작업하는 현장 사원을 위해 사내 순환버스 외에 사내 택시와 택배를 운영했다.

‘생산현장이 있는 회사의 대표라면 현장 중심의 경영을 펼쳐야 한다’는 그의 경영철학은 품질관리에도 엄격하게 적용된다.



2005년 선언한 ‘품질 마지노선’이 그 예다. 만약 선박 건조가 끝났다 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선박을 선주에게 넘기지 않는다. 납기일을 어기더라도 완벽한 선박을 인도하겠다는 의지다.

조선업체가 선박을 일찍 인도하는 경우 선주에게 보너스를 받는 것이 관례화된 상황에서 볼 때 납기일보다 무결점이 우선이라는 원칙은 선주들로부터 신뢰를 쌓기에 충분하다. 김 부회장이 현장을 돌며 무결점을 외치는 동안 선주사로부터 삼성중공업의 신용은 점차 높아졌다.

◆계약 협상은 직접 한다



현장은 비단 노동현장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협상장에서도 그의 능력은 십분 발휘된다. 연평균 130일에 달하는 해외 출장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2006년 홍콩 출장 시 ‘항공권에 찍힌 1000이라는 숫자가 의아해 항공사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그동안 대한항공을 이용한 횟수였다’고 밝힐 정도다.

김 부회장은 ‘최고 경영자가 직접 계약하러 나서야 상대도 예의를 갖춰 오너가 협상장에 나오게 마련’이라며 직접 계약 테이블에 앉는다. 오너가 나오면 협상 테이블에 앉는 시간이 짧아지고 일도 일사천리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직접 만나 건네는 말 몇마디가 추가 수주의 발단이 되기도 해 계약 테이블에 앉는 것을 선호한다.



같은 이유로 김 부회장은 명명식 등 선주들과 만나는 자리를 절대 빼놓지 않는다. 행사나 만찬도 모두 직접 주관한다. 선주에 예를 다해 삼성중공업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추가 수주의 여지도 남기기 위해서다.

김 부회장의 이 같은 행보 때문인지 지난해 삼성중공업은 조선업계 불황 속에서도 54척의 선박을 수주했다.

◆수주 가능성에 장밋빛 전망



2000년도만 해도 삼성중공업은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비중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조선업계에 수주 바람이 불면서 삼성중공업은 그룹 내 위상이 높아졌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2분기 실적은 작년 동기(2조5809억원) 대비 25.2% 증가한 3조231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역시 작년 동기(1926억원) 대비 18.8% 증가한 2288억원이다. 전분기에 비해서도 각각 16.4%와 47% 늘었다. 실적 기준 창사 최대 규모다.

그룹 내에서도 김 부회장의 경영활동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올 초 그룹의 대폭적인 사장단 교체 바람에도 김 부회장은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징완 호가 이끄는 삼성중공업의 수주건도 하반기에는 상반기의 악몽을 떨칠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앞으로 수개월 내에 몇개의 프로젝트가 더 발표될 것"이라며 하반기 수주 계획을 살짝 내비쳤다. 삼성중공업은 하반기 브라질 페트로브라스, 호주 고르곤 프로젝트 등에서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조선업의 극심한 불황에도 불구하고 김징완 부회장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유다.

삼성중공업 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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