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직원들 "도장공장 진입하겠다"

평택(경기)=김보형 기자 2009.08.0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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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도 공권력 투입 준비나서‥채권단은 예정대로 조기파산 신청

↑3일 오전 쌍용차 사측이 지게차를 이용해 도장공장 주변 장애물 철거에 나서자 노조측이 화염병을 이용해 이를 저지하고 있다. ⓒ유동일 기자 ↑3일 오전 쌍용차 사측이 지게차를 이용해 도장공장 주변 장애물 철거에 나서자 노조측이 화염병을 이용해 이를 저지하고 있다. ⓒ유동일 기자


"직원들은 현재 공황상태입니다. 경영진도 경찰도 더 이상 못 믿으니 우리 스스로 점거파업 중인 노조를 도장공장에서 몰아낼 생각입니다." (쌍용차 부장급 직원)

나흘째 벌어진 쌍용차 노사의 '끝장교섭'이 실패로 끝나면서 3일 쌍용차 평택공장 분위기는 허탈과 분노로 가득 찬 듯 보였다.



이날 오전 정상 출근한 2000여 명의 직원들은 각 부문과 팀별로 긴급회의를 갖고 대응방안을 논의했으며 일부 직원들은 당장이라도 도장공장에 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부장급 직원은 "노사교섭이 실패한 후 청산될 수도 있다는 언론보도를 본 직원들이 극도로 흥분한 상태"라며 "한 편에서는 직원들이 직접 피를 흘려야 경찰이든 정부든 나서서 회사가 살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사무직대표자협의회를 비롯한 직장협의체도 이날 오전 쌍용차 협동회 채권단에 소속된 업체들을 찾아가 "조기에 노조의 점거파업을 중단시키겠다"며 "오는 5일 법원에 신청하기로 한 조기파산 요구서 제출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채권단측은 이날 오후 2시 긴급 비상 임원회의를 열고 예정대로 오는 5일 조기파산 신청서를 내기로 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사정을 이해는 하지만 부품협력업체들의 처지가 너무 절박해 조기파산 신청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동요가 심각해지자 경찰과 회사 측도 도장공장 진입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나섰다. 경찰은 이날 40개 중대를 동원해 공장 내외곽 경비를 강화하고 오전 9시 30분부터 북문과 후문 서문 등 3개 방향에서 도장공장 쪽으로 접근을 시도했다. 또 수시로 경찰헬기를 띄워 노사협상기간 동안 중단했던 최루액 살포와 작전을 위한 항공촬영을 계속했다.


소방본부도 당초 소방차 38대, 소방관 98명이던 인력과 장비를 소방차 47대, 소방관 129명으로 늘려 공권력 투입에 대비했다.

회사 측 역시 오전 11시 40분경 지게차 5대를 동원해 도장공장 옆 부품도장공장과 폐수처리장 인근으로 접근해 철제 팔레트 등 노조 측이 설치한 장애물 제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노조측은 화염병과 볼트새총 등을 쏘면서 대응했지만 다수의 이탈자로 인한 인원부족 때문인지 저항정도는 약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측의 공장진입 시도를 불허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회사 측이 상황이 끝난 뒤 수습할 수는 있지만 경찰이 사측과 같이 작전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면서 "진압작전은 경찰 책임 하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74일째 이어지는 파업으로 인한 육체적 고통과 노사교섭 실패에 따른 실망감 등으로 오전에만 노조원 2명이 도장공장을 이탈해 지난 2일 노사교섭 결렬 후 이탈인원은 100명으로 늘었으며 경찰이 공장안으로 진입한 지난달 20일 이후 총 132명이 이탈했다.

노조 측은 현재 파업 중인 노조원들이 자기 의사에 따라 파업을 중단하고 공장 바깥으로 나갈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쌍용차는 노조의 파업으로 생산이 중단돼 지난 6월 217대 판매에 이어 지난달에도 71대 판매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98.4%감소했으며 이날 현재까지 316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쌍용차 관계자는 "옵션이나 사양 등이 맞지 않아 출하장에 있는 차량을 판매해 71대의 실적이 나왔다"면서 "8월에는 더 이상 팔만한 차도 남아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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