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상처만 남은 '73일간의 전쟁'

머니투데이 최인웅 기자 2009.08.0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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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새총-최루액 충돌..파업손실 '눈덩이'

↑2일 오전 10시 쌍용차 박영태, 이유일 공동관리인이 평택공장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가졌다.(사진 왼쪽이 박영태 관리인)<br>
↑2일 오전 10시 쌍용차 박영태, 이유일 공동관리인이 평택공장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가졌다.(사진 왼쪽이 박영태 관리인)


평택공장 하나를 두고 사투를 벌였던 쌍용차 (5,500원 ▼150 -2.65%) 노사가 나흘간의 밤샘교섭에도 불구하고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협상결렬을 선언했다.

노사 양측은 물론 막판 대타협의 기대감을 갖고 협상과정을 지켜본 채권단, 협력업체, 평택시민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쌍용차는 이번 협상결렬 선언을 뒤집고 막판에 극적인 타협을 이루지 못할 경우 파산이 불가피 전망이다. 지난 5월22일 노조의 공장 점거파업 이후 '볼트 새총'과 '최루액'까지 동원되며 73일째 이어져 온 치열한 노사 간 '전쟁'의 과정을 되짚어봤다.

◇노조 총파업 선언에 사측 직장폐쇄로 맞서



노조가 정리해고 등에 반발하며 전면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한 것은 지난 5월21일. 총파업 선언에 이어 22일 오후부터 평택공장을 점거한 채 옥쇄파업에 들어갔다.

같은 날 오후, 경영진들과 채권단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제1차 관계인집회에서 삼일회계법인의 기업가치보고서를 바탕으로 한 실사결과를 들었다.

이 자리에서 쌍용차 경영진들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차질 없는 구조조정이 필수"라며 "2646명의 해고인원 감축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상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도 "정리해고는 곧 살인"이라며 결사항전을 다짐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법원은 쌍용차가 영업을 진행할 때의 가치가 청산가치보다 크다고 인정된다며 별도의 회생계획안 제출을 명령했다.

회사 측은 임시휴업 등으로 노조의 옥쇄파업에 대응하다가 5월31일 평택공장에 대한 직장패쇄를 단행했다. 노조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데 이어 사무 관리직의 출근마저 전면 저지하고 있어 회사의 생존자체가 위협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노조도 사측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정부와 직접 대화하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사측은 지난달 8일 퇴직자를 제외한 976명의 정리해고자 명단이 법적 효력을 갖게 됐다고 발표하면서 노조를 더욱 압박했다.

◇공권력 투입 '강제해산' 놓고 대립 격화

사측은 이후 평택공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을 촉구하면서 임직원들의 출근투쟁을 동시에 전개했다. 특히 6월16일 사측 임직원들이 공장진입을 시도하면서 '노-노'갈등도 본격화 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18일부터 19일까지 쌍용차 노사가 다시 만나 '조건 없는 대화'를 시도했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이때부터 노사양측 대표간의 공식 대화는 단절됐다.

사측은 지난달 22일 노조 및 조합간부 등에 대해 평택지원에 150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과 25일 평택공장에 대한 인도 및 업무방해금지에 대한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동시에 탄원서와 도보 릴레이 등 정부의 공권력 투입을 재차 촉구했다.

노조 측도 공권력 투입에 대비 평택공장을 요새화하고 결사항전을 재차 확인했다.



7월 20일, 법원의 강제집행 절차가 개시되고 경찰도 집행관들의 신변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평택공장안으로의 진입, 노조와의 충돌이 연일 이어졌다. 사측 임직원 2000여 명도 출근을 시도하면서 곳곳에서 노조와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20일 오후 한 노조간부의 아내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노조는 극도로 흥분, 경찰과 사측에 대해 볼트새총을 쏘고 타이어를 불태우며 더욱 격렬하게 저항했다.

경찰은 이에 맞서 최루액을 분사하고, 살수차 등을 동원해 강제진압 준비까지 벌였다.



◇막판 노사 대화도 끝내 무위...피해 눈덩이
시간이 흐를수록 경찰과 사측, 노조원들의 부상자들도 속출하기 시작했다. 언론과 민간단체, 정부는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으며, 24일 노사정 중재단의 협의로 25일 오전 쌍용차 노사대표가 회의를 갖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25일 오전 사측은 "현 시점에서의 대화는 무의미하다"며 거부했고, "총고용 보장이 아닌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라"고 노조 측을 압박했다. 이 상황에서도 경찰과 노조의 충돌은 계속됐다. 노사 양측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29일엔 600여 개 협력사들로 구성된 쌍용차 채권단이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이달 말까지 쌍용차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법원에 조기파산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정계 중재단이 다시 평택공장을 방문에 노사대화를 설득했으며, 전국 각지의 민간 및 사회단체들의 평화적 해결요구가 이어졌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30일 오전 9시 노사 양측대표는 대화를 중단한지 42일 만에 다시 만나 협상테이블에 앉았다. 하지만 2일 오전 4시 쌍용차노사는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협상을 결렬시켰다.

그동안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쌓여만 갔다. 지난달 31일 기준, 쌍용차의 생산차질 대수는 1만4590대, 손실액은 3160억 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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