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 정리 본격화, 은행권은 '난색'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권화순 기자, 도병욱 기자 2009.07.3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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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요인에 선제적 대비" vs "1% 맞추는 것은 무리"

금융당국이 연말까지 부실채권 감축 목표치를 제시하며 금융권 부실 털어내기에 본격 나섰다. 8월 중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설치, 부실채권 정리에 구조조정기금을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9월에는 민간 배드뱅크도 출범하는 등 신속한 정리를 위한 여건은 이미 마련됐다.

하지만 은행권은 난색을 보인다. 연말까지 시한을 못 박은 탓이다. 자칫 헐값에 채권을 팔아야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구조조정 여파로 연체율이 급등할 가능성도 적잖다. 목표치를 맞추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부실 정리 서두르는 이유는= 잠재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하반기 기업 구조조정 추진 상황과 경기회복 속도, 세계 주요국 금융상황 등에 따라 부실채권이 늘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향후 있을지 모를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해 튼튼하게 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시장이 안정되고 있지만, 부실채권을 신속히 정리해 자산 건전성을 꾀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지난 5월 20조 원 규모의 구조조정기금을 조성했다. 하지만 자금 집행은 미미했다. 4622억 원을 투자해 은행권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채권을 매입했고, 해운업 구조조정을 위해 1915억 원을 들여 17척의 선박을 사들인 게 전부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통해 구조조종기금을 운용하려한 탓이다.



상반기 부실채권 처리규모가 12조 원에 달했지만, 은행들이 부실자산 상각이나 시장매각을 통해 자체 정리한 부분이 컸다. 8월 중 공자위가 설치되면 인수기준 등이 마련되고, 부실채권 정리를 적극 추진할 수 있다. 민간 배드뱅크도 9월 중 출범한다. 국민은행 등 6개 은행이 총 1조5000억 원을 투자키로 했다.

추경호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민간 배드뱅크 등의 자금이 원활치 않거나 거래조건이 맞지 않으면 구조조정기금을 통한 매입이 가능하도록 적극 문을 열고 매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1%에 난색= 지난 6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1.5% 수준이다. 국민은행이 1.34%로 비교적 낮고, 신한은행 1.59%, 우리은행 1.77%, 하나은행 1.72%, 농협, 1.77%로 각각 집계됐다. 1%를 밑도는 곳은 수출입은행(0.47%) 뿐이다.


부실채권 비율은 지난 3월 말까지 급등세를 보이다 증가폭이 둔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은행권은 가이드라인 1% 맞추는 게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1%는 해외 은행과 비교해도 건전한 수준이라는 것. 지난 2007년 경기가 좋을 때 은행들의 부실채권비율은 0.75%였다. 금감원의 지도비율 1등급 기준은 1.5%다. 현재 추진 중인 중소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부실채권비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에 대한 대출과 연체하지 않았더라도 신용등급이 낮아 고정이하로 분류된 대출만 모아도 1%에 육박한다"며 "아직 구조조정이 끝나지 않아 앞으로 부실이 더 발행할 수도 있는데 딱 1%를 맞추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은행권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상각 또는 시장 매각 등이다. ABS를 발행하면 그 만큼 부실을 떨어내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새로 도입되는 회계기준(IFRS)에 따르면 일부는 다시 부실채권으로 잡혀 효과가 반감된다는 지적이다. 1%를 맞추려 한꺼번에 부실채권이 시장에 쏟아지면 가격이 떨어져 제 값을 못 받을 수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그러나 "구조조정기금을 통한 매입의 경우 IFRS에 부합하는 사후정산 방식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 후에 이에 대한 적절한 가격을 지급받을 수 있는 장치가 확보된 만큼 헐값 매각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자산 규모도 신경 쓰인다.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신한은행이나 하나은행은 총자산이 줄었다. 대대적인 부실채권 매각이 이뤄지면 감소세가 이어질 수 있다.



추 국장은 "원칙적으로 1%를 기준으로 지도하겠지만, 개별은행과 협의 과정에서 일부 특수한 상황이 있다면 감안될 것"이라면서도 "잠재부실 요인이 있으면 조기 인식해 부실자산을 털어내는 것은 금융기관 스스로 먼저 해야 할 당연한 몫"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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