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논쟁을 보는 한은의 시각

더벨 황은재 기자 2009.07.2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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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게 뭐가 있다고…미리 알려주는 중앙은행은 없다"

이 기사는 07월27일(06:0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한국은행이 환매조건부증권(RP) 매매를 통해 지원했던 자금을 대부분 흡수하고 통안증권 발행을 늘리고 있는 것을 두고 출구전략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광의의 출구전략이라고 주장하는 쪽과 단순한 유동성 관리일 뿐이라는 반론이 팽팽하다.



양쪽의 해석차는 '지금이 출구전략 실행 과정의 어느 지점인가'에 있다. 지극히 소모적인 논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은행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좀 더 냉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충고한다. 최근 몇달 사이 달라진 게 뭐가 있느냐는 것이다.



◇ "출구전략, 광의·협의 구분 무의미..총액한도대출 축소가 시발점"

출구전략의 시작 시점을 언제로 봐야 하느냐는 질문에 한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시작 시점을 알려주고 출구전략을 실행할 중앙은행이 어디 있겠나"며 "점진적이고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출구전략을 실행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금은 기준금리를 2.00%로 정해놓고도 콜금리를 1.60%까지 하락하도록 놓아 둔 정책 운용의 잘못을 바로 잡는 과정"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총액한도대출을 축소하고, 가능성은 낮지만 지급준비율을 올리는 단계 정도가 돼야 출구전략의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통안증권 발행을 늘렸다고 해서 광의의 개념을 붙여 출구전략의 시작이라고 말한 것은 너무 서두른 진단"이라고 채권시장의 출구전략 논쟁을 평가 절하했다.

출구전략의 시작이 금리를 상승시켜 회복중인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음을 감안한 발언이라고 해도 한은의 스탠스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지난 17일 이성태 한은 총재도 "앞으로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완화적 통화정책의 출구전략을 본격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유동성관리를 담당하는 한은 부서 역시 같은 입장이다. RP 매입을 통한 유동성흡수는 이미 3~4개월 전부터 시작됐고, 통안증권 발행 역시 꾸준히 늘고 있는데 이제 와서 출구전략의 시작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자금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단순히 RP매매나 통안증권 발행확대를 출구전략의 시작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그럼 정작 콜금리를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유동성관리가 시작됐을 때는 왜 이런 논쟁을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출구전략 논쟁은 또 다른 기회.."통화정책의 과잉 대응"



박혁수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념 논쟁에는 좌에서 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하듯 각자의 위치에 따라서 다른 사람의 위치가 다르게 보일 수 있다"며 출구전략 논쟁을 정리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유지하더라도 유동성 관리를 금융위기 때보다 타이트하게 한다면 시각에 따라 출구전략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각차를 떠나 출구전략의 논쟁으로 요약되는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채권시장의 기대 쏠림 혹은 불안은 투자자들에게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한다. 통화 긴축 기대를 촉발시켰던 지난 6월 금융통화위원회. 금통위 이후 채권금리는 속등했다. 이후 금리는 제자리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주에도 금리는 비슷한 궤적을 그렸다. 긴축실행에 대한 채권투자자들의 두려움과 정책 실행에 대한 시간차 등이 혼재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국내증권사 채권운용부장은 "통화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한 과잉 대응이 채권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겠지만 실제 출구전략의 실행 시점과 이 과정에서 한은이 보일 시장에 보일 태도 등을 감안하면 '과잉대응이 채권투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출구전략 논의는 채권금리 하단을 높이는 요인이다. 공동락 토러스증권 애널리스트는 "거듭되는 출구 논의 및 경기바닥 인식 등을 통해 시중금리 저점이 꾸준히 상향되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가 머리일 때 채권을 샀다면 무릎이 아닌 허리 아래 정도에서는 매도하는 게 좋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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