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관 '초고속 온라인 거래' 부당이익 논란

안정준 기자 2009.07.24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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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 투자 프로그램으로 거대 금융사만 배불려…당국 조사 나서

미국 증권가가 고성능 투자 프로그램에 기반을 둔 일명 '고주파거래:하이 프리퀀시 트레이딩(High frequency trading:HFT)' 때문에 거래의 형평성이 깨지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지난해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거대 금융사와 헤지 펀드들이 HFT를 통해 단기간에 많은 이익을 남기면서 일반 투자자들은 상대적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한층 부각되고 있는 것.



HFT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실시간 데이터를 처리, 수백만건의 거래를 일순간에 처리하는 거래 방법이다. 단지 몇 분 안에도 수익을 낼 수 있을 만큼 거래 속도가 중요시 된다.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이익을 남길 수 있지만 문제는 일반 투자자들은 이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투자 회사들 가운데서도 HFT를 이용하는 회사는 극소수일 정도로 '선택된 일부'만 사용할 수 있는 고급 투자수단이다. 미국 시장에 등록된 2만여 개 회사들 중 2퍼센트에 지나지 않지만 이들 HFT 는 미 증시 총 거래량의 73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거래 시스템 코드 유출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골드만 삭스가 HFT로 막대한 이익을 남기는 대표적 금융사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전체 프로그램 매매의 24%를 주관해 업계 1위를 차지했다.

거래 시스템 코드 유출 사건을 조사한 미 검찰도 "골드만 삭스의 거래 소프트웨어는 다양한 시장 정보와 상호 작용하기 때문에 이번 정보 유출은 시장 질서를 왜곡하는 데 쓰일 우려도 있다"며 우월한 장비에 기반을 둔 이 시스템이 막대한 이익을 창출해 낼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대박'을 낼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HFT를 이용하는 트레이더들도 급증하고 있다.
올해 미국 내 주식거래에서 HFT를 이용한 거래 비중은 73%로 지난해 59% 대비 큰 폭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 수단의 우위를 통해 일부 금융사들과 전문 투자자들이 막대한 이익을 남기는 반면 일반 투자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이 현지 언론들의 평가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윌리엄 도날드슨 전 뉴욕증권거래소(NYSE) 회장은 "개인 투자자들이 거대 금융사들과 같은 수준의 거래 수단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한 프리퀀시 거래는 매우 불공평한 방법"이라며 문제제기를 했다.



미 금융 당국의 시선도 곱지 않다.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프리퀀시 거래에 대한 조사를 진행중이라고 시사한 바 있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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