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공장에서 헤엄치는 철갑상어?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09.07.2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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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서울우유의 신선한 변화ㆍ신선한 자신감

서울우유가 소비자를 위한 신선한 변화를 시작한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7월14일부터 시판하는 우유제품에 제조일자 표기제를 적용했다.

제조일자 표기제는 제품 포장에 유통기한과 함께 제조일자를 함께 표기하는 제도. 서울우유는 우선 흰 우유의 주요 품목부터 적용해 점차 제조일자 표기를 확대할 방침이다.



제품이 만들어진 날짜가 함께 표기됨에 따라 소비자들이 알 수 있는 제품 정보의 폭도 넓어졌다. 지금까지 식품안전기본법은 유통 식품에 제조일자나 유통기한 중 하나만 선택해 표기하도록 하고 있다.

대부분의 업체가 이 법에 따라 유통기한만 표기하고 있어 소비자들은 언제 제품을 만들었는지 알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일부 소비자들은 제품의 안정성이나 신선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우유공장에서 헤엄치는 철갑상어?


서울우유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같은 소비자의 불만을 접수한 상황에서 식품안전기본법의 개정움직임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장인 이낙연 민주당 의원 등 25명의 국회의원이 공동발의한 식품안전기본법 일부 개정 법률안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것을 보고 먼저 행동에 옮긴 것. 소비자의 안전을 위한 발빠른 조치로 시장에서 차별화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강덕원 서울우유 광고홍보실 팀장은 “제조일자 표기는 제도적 의무사항이 있기 전에 서울우유가 자발적으로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시행하게 됐다”며 “이를 통해 우유 브랜드로의 의무를 보다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폐수 배출수, 기준치의 1/10

서울우유 거창공장 입구에 위치한 6000㎡의 연못에는 특이한 동물이 산다. 바로 철갑상어다. 철갑을 두른 듯 한 딱딱한 비늘을 가진 철갑상어는 멸종위기로 인해 대부분의 나라에서 포획이 금지된 어종이다.


희귀 어종인 철갑상어가 공장의 연못에 사는 것도 신기하지만 특이한 점이 또 하나 있다. 바로 공장에서 나온 폐수에서 산다는 것이다. 서울우유는 공장에서 발생하는 폐수를 6단계로 정화해 1급수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그 자신감으로 배출수를 활용한 연못에 철갑상어를 양식하고 있다.

서울우유 거창공장의 배출수는 법정 기준치의 약 10분의 1 수준이다. 서울우유는 배출수를 완벽에 가깝게 처리하기 위해 1000억여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이 물을 재사용하면서 한달에 약 500만원가량의 경비를 절감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서울우유 거창공장은 지난해 12월 환경부로부터 ‘환경친화사업장인증’도 획득했다. 환경친화사업장은 환경기술 개발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오염물질을 크게 줄였거나 환경경영체제를 구축한 사업장에 대해 정부가 부여하는 인증이다.

◆유가공 업계 첫 녹색바람

서울우유는 7월16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녹색경영선포식’을 갖고 대대적인 기업 환경비전을 발표했다. 선포식에서 서울우유는 2014년까지 생산과 물류부분의 탄소 발생량을 25%까지 절감하고 전 생산공장에 환경친화사업장 인증을 획득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000년에 이미 모든 공장의 연료를 액화천연가스로 전환했고 배출수를 활용한 생태공원을 조성하는 등 녹색경영을 앞서 실천해 왔다.

서울우유 측은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유업계에서 처음으로 흰우유제품과 치즈제품에 대해 ‘로하스(LOHAS,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인증’을 획득했다고 설명했다. 로하스 제품은 한국표준협회(KSA)가 주관하는 친환경 인증 제품으로, 친환경적이고 사회공헌적인 상품에게 부여하는 인증이다.

조흥원 서울우유협동조합장은 녹색경영 선포식에서 “조합장 직속의 녹색경영 추진부서를 설치해 경영 전 과정을 환경 친화적으로 운영하고 경기북부에 설립될 신(新)공장에는 태양광 발전시설과 에너지 효율이 우수한 설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우유회사의 커피 시장 전략

우유회사가 고급커피 시장 1위를 노리겠다고? 다소 엉뚱하게 들릴법한 이야기는 서울우유가 일본 커피회사와 합작하면서 세운 계획이다. 서울우유는 7월23일 일본의 대표 커피브랜드인 도토루와 함께 ‘서울우유 도토루 더 클래식’이라는 RTD(Ready To Drink) 형태의 원두커피를 출시했다.

이동영 서울우유협동조합장은 “올해 중 5종의 PET 형태의 커피를 출시하고 내년에는 병과 컵 제품을 추가로 선보이겠다”며 “2011년까지 도토루 커피전문점을 열어 고급 커피시장에서 1등을 차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우유공장에서 헤엄치는 철갑상어?
이날 출시한 서울우유 도토루 더 클래식은 서울우유의 원유에 도토루의 아라비카 커피 원두를 주원료로 한 제품으로 카페모카, 카페라떼, 아메리카노 등 3종으로 구성됐다. 일본의 커피 장인 칸노 마사히로가 100% 아라비카 원두를 블랜딩 한 것을 서울우유가 생산 후 15일 이내 유통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일본의 도토루는 47년간 정통 커피만 고집해온 일본의 커피 명가다. 도토루와 엑셀시어 등 일본에서 1400개 이상의 커피전문점을 보유하고 있어 이 분야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대표적인 커피 브랜드이기도 하다.

사실 서울우유의 커피시장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편의점 등 소매상에서 유통되고 있는 스타벅스 커피 역시 서울우유 제품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커피전문점 수를 보유한 스타벅스와 제휴를 맺고 있는 서울우유가 도토루와도 합작함에 따라 세계 1, 2위 커피전문점 제품을 출시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서울우유의 프리미엄 커피시장 공략은 세계 최대의 커피 브랜드와 손잡는 것인 셈이다.



다만 계약상 스타벅스와 도토루는 차이가 있다. 스타벅스와 서울우유 사이에는 동서식품이라는 커피분야의 1인자가 버티는 반면 도토루와의 계약은 커피 수입기업이 없다.

또 동서식품과의 계약은 컵 제품에 한정돼있지만 도토루와는 모든 RTD 제품을 포함해 커피전문점 사업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서울우유가 스타벅스보다 도토루와의 합작 제품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유명 커피 브랜드로 국내 프리미엄급 커피시장에 도전하는 서울우유의 계획이 성공할지, 관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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