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이야? 메이크업이야?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2009.07.2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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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커버스토리]비싸게 파는 법/ ①쁘띠성형 열풍

편집자주 자신의 가치를 100% 인정받는 일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영원한 화두다. 물품에서 노동력까지. 매일 수많은 경쟁 대상들 사이에서 비교되고 평가받는다. 1등 신부감 되기, 외모 경쟁력 높이기, 연봉 높이기, 경력관리 등 자신의 가치를 높여 줄 수 있는 방법을 비롯해 중고물품에서 고가 브랜드 마케팅까지 '비싸게 파는 비법'을 취재했다.

#1. 얼마 전 로마에서 낭보가 전해졌다. 로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격한 박태환이 반신 수영복을 입고 레이스에 나서기로 결정했다는 것. 이로써 이번 여름에도 '국민 남동생'의 탄탄한 복근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2. '46살 맞아?' 중년의 헐리우드 스타 데미 무어가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환상적인 비키니 라인을 선보여 전 세계 누리꾼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밀어 넣었다.



일명 '6팩 복근'(복부의 근육이 6덩어리로 나눠진 모양)으로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바야흐로 동안(童顔)과 '이기적' 몸매를 지닌 이들이 더욱 활개를 치는 여름이 왔다. 그렇다고 기죽을 필요는 없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얼굴은 물론 왕(王)자 복근의 근육질 몸매도 하이 데프(Hi Def, High Definition, 체형조각술)라는 성형의 힘을 빌면 단 하루 만에 만들어낼 수 있는 세상이다.

여름방학과 휴가를 맞아 성형외과의 문턱이 닿는 이즈음, 외모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는 성형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성형이야? 메이크업이야? '쁘띠성형' 인기


대기업 홍보실에 근무하는 L모(27)씨. 며칠 전 점심시간을 이용해 한 성형외과에서 코를 높였다. '누워서 주사만 몇대 맞은 것뿐인데.'

마치 피노키오의 코가 갑자기 길어지듯이 콧대가 스르르 올라온 바람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게다가 코가 높아진 것 말고는 별다른 표시가 나지 않아 아무 일 없던 듯 바로 사무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골드미스 S모(30)씨는 휴가기간에 턱 성형을 받았다. 예쁘장한 얼굴에 처녀 뺨치는 날씬한 몸매로 어디서나 시선을 받아온 그녀는 ‘얼굴 선만 조금 더 갸름하면 완벽할 텐데’라는 심정에 성형을 결심했다. 휴가에서 돌아온 뒤 동료들이 “어딘가 달라 보인다”는 반응을 보였을 때 내심 미소 지었다.

불황의 그늘이 짙은 탓인지 '티 안 나는 가벼운 성형’이 유행하고 있다. 일명 ‘쁘띠 성형’(petit는 프랑스어로 ‘작은’, ‘귀여운’의 뜻)이다.

김진영 아름다운 나라 성형외과 원장은 "쁘띠성형은 일부러 휴가를 낼 것도 없이 주말을 이용해 수술이 가능할 정도로 간단한 시술"이라면서 "성형을 원해도 수술 후 남들이 알아 볼까봐 혹은 수술한 티가 날까 봐서 망설이는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했다.



시술이 20~30분 내외로 간단하고, 멍이나 붓기의 정도가 적은 것도 장점이다. 바로 얼굴을 씻거나 화장을 할 수 있을 만큼 일상생활 복귀가 빠르다.

경제적 부담이 비교적 적다는 것도 강점. 사각턱을 갸름하게 변신시켜주는 보톡스 시술은 60만원, 바늘구멍 2개로 쌍꺼풀을 만들어주는 쌍꺼풀 시술은 70만~100만원선. 이외에도 코, 눈 밑 애교살, 입술 성형 등의 쁘띠성형은 50만~150만원 정도로 다양하다.

흥미로운 점은 남성들도 부쩍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 김진영 원장은 "올해는 예년에 비해 남성들이 20~30% 늘었다"고 했다.



대인접촉이 많은 영업직에 있거나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이 활기차고 부드러운 인상을 위해 성형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성형 부위는 여성과 마찬가지로 눈과 코. 자연스러우면서도 눈매를 또렷하게 만드는 쌍꺼풀 수술과 뭉툭한 코끝을 날씬하고 오똑하게 만들어주는 코 성형 등이다.

성형이 비단 젊은이들의 전유물인 시대도 지났다. “나이 40이 되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링컨의 유명한 말은 오늘날 중장년층에게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명예퇴직이 만연한 요즘 대인 관계의 자신감을 회복하고, 젊고 활기찬 이미지를 위해 성형을 원하는 중장년층이 많다"고 김 원장은 전했다.



한편 왕자 복근이나 다리가 길어 보이는 힙 업 수술 등 과감한 전신 성형도 트렌드세터(trendsetter)를 중심으로 확산 추세다.

◆잘 생기면 돈도 더 잘 번다?

그렇다면 실제 외모가 경쟁력이 될까?



일견 씁쓸할 수 있지만 실제 "외모와 연봉은 비례 관계에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적지 않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고용시장에서 외모로 인한 차별이 실존하고, 외모가 고액 연봉을 약속하는 등 ‘무형자산’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분석됐다.

평균 이하의 외모를 가진 직장인은 평균적인 외모의 소유자들보다 9% 가량 임금을 적게 받는 것. 반면 보통보다 준수한 외모를 가진 경우에는 평균보다 5% 더 높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댈턴 콘리 뉴욕대 사회학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몸무게가 1% 늘어날수록 가계소득이 0.6% 줄어든다는 결과도 나왔다.

뿐만 아니다. 포츈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의 남성 최고경영자(CEO)들은 평균 180㎝ 장신. 보통 성인 남자보다 7㎝ 정도 큰 것으로 분석됐다.

치열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외모는 또 하나의 강력한 무기임이 입증된 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성형공화국'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유독 성형에 집착하는 것은 짚어볼 문제로 꼽힌다.

유니레버의 뷰티 브랜드 도브가 한국, 중국, 홍콩, 일본,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10개국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2005)에 따르면 한국 여성이 성형에 가장 높은 관심을 나타났다.

‘성형수술을 고려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국(53%), 대만(40%), 일본(39%) 순으로 관심이 많았다.



이와 같은 성형 열풍에 대해 저명한 얼굴 학자인 조용진 얼굴연구소 소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꼬집었다.

"성형수술을 하게 되면 긍정적인 효과가 크기 때문에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한국의 현상은 지나치지 않나 싶다. 교양을 쌓는 학원비 대신에 그 돈을 가지고 성형수술을 받는 게 더 이득이라고 생각할 정도가 되면 가치가 전도된 현상이다."

불황 VS 호황기 "미인형 달라?"



아름다움은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이 갈구해온 중요한 삶의 화두이지만, 불변의 가치는 아니다. 조용진 얼굴연구소 소장과 윤정섭 성형외과 원장이 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역대 미녀 스타들의 얼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아름다움의 기준도 시대마다 달랐다.

60년대 대표 미인은 김지미ㆍ문희. 해방 이후 서양의 문화를 동경하는 사회 전반의 가치관이 형성되면서 서구적이고 입체적인 외모가 미인으로 각광받았다.

70년대는 정윤희ㆍ안인숙. 독재정권의 영향으로 탈출 심리가 강하게 분출됐던 분위기 탓에 여성을 일종의 인형(애완용)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득세했다. 완구형 미인관이다.



80년대 채시라. 경제 성장의 시대를 맞아 특정한 부위가 두드러지는 얼굴보다는 전체적으로 고루 균형을 이룬 미가 중시됐다.

90년대 오정해. 경제 성장과 올림픽 개최국이라는 민족적 자긍심이 일어나면서 여성의 미가 완연히 한국형으로 이동한다.

2000년대 이효리ㆍ송혜교ㆍ이영애ㆍ최지우. 다극화 시대에 따라 선호하는 미인형도 다양하다. 이효리는 감각적인 미인, 이영애와 최지우는 요조숙녀형이다. 반면 70년대 이후 유아적인 여성상이 다시 인기를 얻는 것은 장기 불황의 영향. 송혜교는 정윤희의 계보를 잇는 완구형으로 귀엽고 어려 보인다.



조용진 소장은 "미인이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관념이 선호하는 얼굴이 존재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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