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경영 내건 이석채, 혁신가? 작명가?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09.07.2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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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 CEO In&Out]Let's KT'→원더경영→Olleh

올레경영 내건 이석채, 혁신가? 작명가?


이석채 회장이 올 초 부임한 뒤로 KT (41,800원 ▲100 +0.24%)는 매일같이 뉴스거리를 쏟아내고 있다. 첫 포문은 KTF와의 합병이다. 이 회장은 취임 6일 만에 합병을 선언하더니 4월 SK텔레콤을 비롯해 통신업계의 강력한 견제를 뚫고 통합 KT라는 거대 공룡을 탄생시켰다.

이어 선보인 통합 브랜드 쿡(QOOK). 이 회장이 지휘하는 KT는 작명가적 기질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유선통합상품 브랜드인 쿡은 요리를 뜻하는 'COOK'과 버튼을 누를 때 나는 소리 '꾸욱'의 이중적 의미다. 다양한 유선통신 콘텐츠를 요리하듯 마음대로 주무르며 사용하라는 뜻. BI에서 Q는 전원장치의 아이콘 모양을 형상화해 시각적인 효과를 더했다.



쿡의 데뷔 퍼레이드는 요란했다. 인터넷을 통해 알려진 한 사진이 언론에 폭발적으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사진에는 경기도 분당 KT 본사 옥상에 붉은 바탕에 흰 영문의 ‘QOOK’이라는 현수막이 설치돼 있었다. 이 사진은 당장 큰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미지 작업으로 만든 실존하지 않는 현수막이었다. 4일간 약 540만명이 KT의 마케팅에 넘어간 셈이다. 이 사진으로 KT는 4일간 54억원어치의 광고효과를 봤다는 평가다.



동시에 진행된 것이 ‘집나오면 개고생’이나 ‘집에서 쿡 해’같은 알 듯 모를 듯한 티저광고였다. 특히 ‘개고생’이라는 카피는 쿡의 인지도를 급격하게 올리는데 결정적 공을 세웠다. 제2의 창업을 하겠다던 예전 공기업이 이토록 심한 속어를 쓸 줄 몰랐던 까닭에 논란은 더해갔고 인지도도 동반 상승했다.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인 셈이다.

◆경영방향 새 이름 '올레'

7월 KT는 또 다시 희한한 이름을 들고 나왔다. 통합 KT에 걸맞는 새로운 경영방향 ‘올레(Olleh)’가 주인공이다. 이 회장은 9일 분당 본사에서 통합 KT 제2의 창업을 이끄는 경영방향인 ‘올레 경영’을 발표했다.


올레는 유선통합브랜드 쿡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올레는 우선 ‘Hello’를 거꾸로 쓴 것으로, 역발상 경영을 통한 혁신적인 사고가 경영방향의 중심임을 표현했다. 발음으로 보자면 한자 올래(來)와 같다. 이는 KT의 미래 경영을 내포하고 있다.

제주도 방언인 ‘올레’는 좋은 길이나 작은 길을 뜻한다. 길은 곧 소통이다. KT는 올레라는 말이 고객과 소통해 고객 입장에서 서비스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 다른 통신사를 버리고 ‘KT로 올레?’와 같이 들리기도 한다.



고객감동경영을 나타내는 해석으로는 환호와 탄성을 나타내는 감탄사 ‘Ole’를 들고 있다. 올레는 ‘가자’ 혹은 ‘힘내’라는 뜻을 지닌 스페인어다.
올레경영 내건 이석채, 혁신가? 작명가?
◆쿡 이어 또 다시 파격 광고

올레의 광고 역시 쿡과 마찬가지로 파격적이다. 기존의 기업광고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다소 촌스러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데다 내용도 엉뚱하기 때문이다.

KT 기업광고 ‘금도끼’ 편은 주인공이 산신령에게 금도끼 세자루를 받고 ‘와우’하고 놀라지만 다시 빠뜨린 도끼를 치마 밖으로 다리를 들어 올린 선녀들이 금도끼를 주자 ‘올레’를 외치며 좋아한다는 내용이다.



‘여름캠프’편은 한걸음 더 나간다. 자녀가 여름캠프를 떠나는 순간 남자는 ‘와우’ 하며 좋아하지만, 아내가 자녀와 함께 떠나자 뛸 듯이 기뻐하는 내용이다. 아내와 자녀가 없을 때 남자의 자유로움을 표현했다.

‘멧돼지’편과 ‘우주’편도 이 같은 엉뚱한 반전이 주된 내용이다. KT는 더욱 흥미진진한 후속 광고가 나올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KT, 어떻게 바뀌나



올레경영의 핵심은 역발상경영, 미래경영, 소통경영, 고객감동경영이다. KT는 올레경영을 통해 ▲주주 입장에서 기업가치 극대화 ▲IT산업 리딩 ▲임직원간의 자유로운 소통 문화 향상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기업 ▲고객에 즐거움 선사 등 5대 경영방향과 이를 구체화한 10대 전략과제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석채 회장은 “과거 100년 역사를 써온 KT가 미래 100년의 역사를 계속해서 써나가기 위해서는 Olleh 경영의 강력한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경영방향 발표를 통해 제2의 창업 수준의 혁신을 단행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따라서 CI도 기존에 사용하던 ‘KT’에서 ‘Olleh KT’로 변경하기로 했다. KT는 “브랜드 형상은 전 세계를 향한 ‘글로벌 KT의 깃발(Flag)’을 상징하며, 소문자로 표현함으로써 대문자가 주는 딱딱한 이미지를 벋고 친근함과 부드러움의 고객중심 기업이 되겠다는 다짐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원더경영과 차별화 성공할까

이전까지 KT의 대표적인 경영 이미지는 원더(wonder)다. 민영화 2기인 KT의 남중수 사장이 2005년에 내건 기치로 ‘고객 감동을 넘어 놀라운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의미다. 그 이전에는 ‘렛츠 케이티’(Let's KT)였다.

당시 KT는 ‘라이프 이즈 원더풀’(Life is wonderfull)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감탄사 원더풀과 첨단 서비스로 고객의 삶을 감동(wonder)으로 채운다(full)는 중복된 의미를 지녔다.



그는 원더경영을 통해 보고절차 단순화, 아이디어 모으기 운동 등을 시작했다. 대부분 사장보고는 e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처리하고, ‘노사’라는 단어 대신 ‘사내고객’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원더풀 센터를 설치해 소비자 불만 자율관리프로그램을 도입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의 올레경영과 공통점도 있다. 특히 임직원간의 자유로운 소통 문화와 고객에 즐거움을 준다는 대목은 원더경영과 닮았다. ‘올레’라는 말 역시 아주 기쁜 순간 내지르는 ‘원더풀’과 흡사하다.

그래서 KT가 수장이 바뀔 때마다 포장을 바꾼다는 지적도 있다. 이석채 회장이 올레경영을 통해 전임 사장들과의 차별화에 성공할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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