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 'Too Important To Fail' ...美 정부 고민

뉴욕=김준형 특파원 2009.07.14 03:39
글자크기
사상 유례없는 구제자금을 풀어 거대 은행들의 파산을 막은 미 정부가 중소기업 전문 은행인 CIT의 처리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CIT는 실적 악화와 신용경색으로 인한 유동성위기로 정부 지원없이는 생존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FDIC 보증 거부, 파산 위기...주가 폭락



13일(현지시간) 오후 미 증시에서 CIT 주가는 전날에 비해 11% 급락한 1.36달러에 거래됐다. 지난주 후반 유동성 위기 상황이 알려지면서 CTI주가는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무디스가 이날 CIT의 신용등급을 정크 수준으로 하향한 것을 비롯, 신용평가사들은 일제히 등급하향에 나섰고, 신용부도스왑(CDS)가산금도 급격히 치솟고 있다.



미 재무부는 금융위기 해결과정에서 금융시스템 붕괴를 초래할 대규모 파산을 막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해왔다. 소위 '투 빅 투 페일(Too Big To Fail)'이 구제자금 지원의 기준이 돼 온 셈이다.
자산규모 750억달러로 미국내 20위 정도에 해당하는 CIT는 시스템 붕괴를 초래할만큼 대형은행이라고 볼수는 없다.

101년 전에 설립된 CIT그룹은 중소기업 대상 100만달러 이하 대출에 주력하고 있는 미국내 최대·최고(最古) 중소기업 전문 은행이다.

대형 금융기관들로부터 대출을 받기 힘든 중소기업이 주요 고객이기 때문에 CIT가 문을 닫는다 해도 '금융시스템 붕괴'를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월가와 미 정부의 판단이다.


이같은 판단에 따라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CIT그룹에 대한 한시적 유동성 보장 프로그램(TLGP) 지원을 거부했다.
FDIC는 신용의 질 악화로 CIT그룹에 대한 회사채 보증이 공적 자금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CIT그룹은 스타덴, 아프스, 슬레이드, 미거앤플롬 등 파산 전문 로펌을 고용, 파산 보호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101년 역사 중소기업 전문 은행...정부 지원 없이는 회생 가능성 희박

3월31일 현재 CIT그룹의 부채 규모는 680억달러에 달한다. 다음달 중순까지 1억달러 채무를 상환해야 하고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는 총27억달러에 이른다.

지난 회계연도 1분기까지 8분기 연속 순손실을 기록했다. 2주 뒤로 발표가 예정된 회계연도 2분기 실적 역시 적자가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부실자산구제계획(TARP)으로부터 23억달러를 빌리기도 했다.



CIT는 담보여력이나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에 주력해왔다. 극심한 경기침체로 거래대상 중소기업들의 연체와 파산이 늘어남에 따라 금융권 내에서도 가장 심각한 경영부실에 직면하게 됐다.

근 1년간 회사채 발행을 하지 못한 CIT는 FDIC에 채권발행을 위한 보증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하면서 위기가 촉발됐다.

김미 크레디트 리서치의 애널리스트 캐더린 샌리는 "지금과 같은 금융시장 상황에서는 CIT와 같은 영업모델은 작동하기 힘들다"며 "정부의 지원 없이는 파산보호를 신청한다 해도 (GM에게 적용된 것과 같은) 파산금융을 얻어 회생하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거래 중소기업 수만개 동반 위기 가능성...정부 처리 촉각

CIT가 파산할 경우 CIT와 거래해온 760개 제조업체와 30만개의 소매업체들이 자금조달 길이 막혀 연쇄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
'망하도록 내버려두기에는 너무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Too Important To Fail)'는게 미 정부의 고민이다.

CIT가 중소기업청(SBA)의 대출 프로그램하에 지난해 중소기업에 제공한 대출금은 7억7000만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심화되면서 CIT의 중소기업 신규대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5900만달러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상당수 거래 기업들은 웰스파고나 GE캐피털처럼 중소기업 대출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조달하겠지만 보다 높은 금리와 제약이 가해질수 밖에 없다.
중소기업들의 경영압박이나 파산은 실업률이 10%에 육박하고, 가계의 소비 위축으로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수 있다.

특히 '중소기업 육성'을 기치로 내걸어 온 버락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큰 부담이 따르게 된다.
CIT의 처리가 오바마 정부의 금융 및 경제정책 시험대로 부각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날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영국 런던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 정부는 이 상황에서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권한과 능력이 있다고 확신한다"며 CIT그룹의 파산 위기에 대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이트너 장관은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 예산을 통해 추가 자금지원을 하거나 채무 보증을 해줄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정부가 CIT 구제에 나설 경우, 형식은 추가 TARP자금 지원보다는 FDIC의 한시 유동성 보장 프로그램(TLGP)을 통한 채권발행을 허용하는 방안이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