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악세… 여당 반대로 '뻘쭘'해진 재정부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심재현 기자 2009.07.1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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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재정건전성 악화 따라 증세로 선회중

여당이 정부에서 추진중인 술·담뱃값 인상에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섬에 따라 해당 부처인 기획재정부가 뻘쭘해졌다.

양쪽은 술, 담배에 매기는 죄악세 강화를 놓고 서로 다른 쪽을 보고 있다. 정부는 죄악세를 강화해서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당위론'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한나라당은 서민생활과 직결돼 있는 세금을 올릴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나라당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10일 "(죄악세 인상) 논의를 중지해야 한다"며 "서민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게 당내 중론"이라고 밝혔다.



김 정책위의장은 또 "세수확대 차원에서 비과세 감면을 축소하더라도 서민과 영세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며 "고소득자, 대기업에 대한 지원부터 우선 축소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아무래도 이쪽인데…" 엇갈린 시선= 정부는 세수 확대를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주세와 담배세는 판매가격에 매기는 간접세이기 때문에 조세저항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정부는 지난해 글로벌 위기 이후 위축된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 각종 조세감면책을 지속 펼치고 있다. 하지만 재정건전성이 빠르게 약화되면서 세제 정책의 축을 증세 쪽으로 옮겨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손쉽고 즉각적으로 증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주세와 담배세부터 손대려는 이유다.

한국의 통합재정수지는 지난 4월말 기준으로 10조550억원 적자를 기록중이다. 정부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안까지 집행하면 적자 규모가 22조원 가량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측은 표면상 흡연, 음주 자제를 통해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논리에 기댄다. 2007년 기준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질병비용과 간접흡연비용 등 5조6396억원, 음주로 인해 지출되는 사회경제적 비용은 질병비용과 음주관련 사고비용 등을 더해 18조983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미지를 '부자정당'에서 '서민정당'으로 바꾸는 데 주력하고 있다. 비록 최근 지지율이 다시 회복됐지만 지난 5월 4년여만에 민주당에 역전당하는 등 위기의식이 여전하다.

따라서 서민생활에 충격을 더할 간접세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 실제 고소득상위 1~2분위의 가구당 연평균 담배소비지출액은 11만9000원~13만원으로 그 아래 3~10분위(21만4000원~28만9000원)에 비해 절반 가량 낮다. 고소득층일수록 담배를 적게 피우고 있는 것. 담배세 인상이 서민부담 가중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당장 인상되지 않을 듯= 한나라당은 주세, 담배세가 서민생활과 직결돼 있는 만큼 정부에서 여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인상을 강행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실제 정부는 "아직 방침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뒤로 물러서 있다. 한국조세연구원 등에서 용역을 통해 마련한 '제안' 수준일 뿐이라는 것.

하지만 조세 기조를 감세에서 증세로 선회하는 가운데 주세, 담배세가 중장기적으로 인상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여당의 반대에 따라 수면 아래로 내려앉는다해도 증세의 핵심 영역을 쉽게 포기할 수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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