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렇게 사람들은 저와 괜히 친한 척해도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더군요. 겉만 저를 가져다썼지 마음까지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같더군요. 제가 사람들의 피부색이 될 수 없어 그런 것인가 생각도 해봅니다.
옷얘기가 나왔으니 한 마디 더하겠습니다. 녹색성장한다고 공무원님들 회의 많이 하시는데 도대체 녹색옷 입고 회의하는 것 한번도 못봤습니다. 전부 까만옷에 하얀 드레스셔츠를 입고 회의하는데 그런 흑백 컬러에서 진정 저를 위하는 녹색계획이 나올 수 있을까요. 대통령부터 한번쯤 녹색 드레스셔츠나 재킷을 입고 회의해야 하는 것이 예의 아닌가요?
그리고 왜 녹색은 등급이 밑입니까. 열차만 해도 고급 KTX는 파란색이고요, 새마을ㆍ무궁화호도 각각 파란색 빨간색입니다. 하다못해 지폐도 1만원권이 녹색이고 5만원권은 노란색 비슷합니다.
서울 시내버스 색깔에도 불만이 많습니다. 서민용 지선버스가 녹색이고 광역이나 주간선 버스는 빨간색, 파란색 차지입니다. 서울 빌딩은 또 어떻고요. 왜그리 우중충한 색깔만 있죠. 미색, 브라운 계통은 많아도 녹색으로 멋을 낸 빌딩은 찾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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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전히 사람과 가깝고도 먼 색입니다. 여전히 저를 함께 갈 동반자ㆍ주체가 아니라 객체ㆍ이용대상으로 보는 것 아닙니까.
간혹 저를 괴물색의 상징으로 묘사하는 경우도 있더군요. 어린이 친구 아기공룡 둘리가 귀엽기는 한데 녹색이죠. 사람이 아닌 공룡이라 혹 그런 것이라면 서운합니다. `슈렉' `헐크' 그리고 `스파이더맨'에 나오는 악당 등 귀여우나 미우나 괴물은 녹색으로 칠하더군요. 아, 개구리나 뱀 등 가까이 하기 힘든 동물들이 녹색이라 그런가요. 한술 더 떠 프랑스에서는 녹색을 불행의 색이라고 믿는 미신도 있다네요.
저의 진가를 알아주는 것은 좋습니다. 풍력을 쓴다, 하이브리드카를 만든다.. 다 좋습니다. 한국에서는 4대강 살리기를 한다지요? 제눈에는 계획이 `4대강 성형미인 만들기'로 보이네요. 4대강은 청계천이 아니겠죠. 기술은 뽐내지 말고 뒤에 숨어서 `자연미인'으로서 4대강을 돋보이도록 하는 게 저를 위하는 길입니다.
한국 등 아시아는 예부터 벼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터라 무척 믿음이 갑니다. 벼만큼 힘든 농사도 없죠. 그 속에서 조상들은 근면의 가치와 더불어 녹색의 소중함도 같이 알았을 것입니다.
저를 이용하지 말고 저를 만드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