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계, 덩치 커졌지만 '속 빈 성장'

임상연 기자, 박성희 기자 2009.06.28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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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전체 설정액 MMF 덕에 23조 증가
-미래에셋 1위 탈환…우리, 삼성, 한국등 부진

올 상반기 자산운용업계는 외형은 커졌지만 실속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운용업계가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펀드 장사가 시원치 않자 박리다매식 영업에 몰두한 탓이다.

28일 금융투자협회 및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현재 전체 펀드 설정액은 작년 말 대비 6.4%(23조163억원) 증가한 383조5263억원을 기록했다.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설정액이 10조원이 넘는 운용사도 9개사에서 12개사로 늘었다.
자산운용계, 덩치 커졌지만 '속 빈 성장'


덩치는 커졌지만 실속은 그렇지 못했다. 늘어난 펀드 설정액 대부분은 이윤이 적은 MMF나 채권형펀드였다. 실제 상반기 중 MMF와 채권형펀드 설정액은 각각 24조1452억원, 9조2808억원 증가했다. 반면 실익이 큰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3조1788억원 감소했다. 또 혼합형펀드와 파생상품펀드도 설정액이 각각 5조4972억원, 2조8119억원 줄었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자산운용사의 주 수입원은 주식형펀드로 MMF나 채권형펀드에 비해 운용보수가 최소 7~9배 이상 높다"며 “안전자산 선호로 MMF와 채권형펀드가 크게 늘었지만 주식형펀드가 크게 감소해 실익은 별로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산운용계, 덩치 커졌지만 '속 빈 성장'
운용사별로는 미래에셋운용이 삼성운용을 제치고 펀드 설정액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미래에셋운용의 펀드 설정액은 작년 말 대비 2조1427억원 증가한 61조116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펀드 설정액의 약 16%에 달하는 규모다.

삼성운용은 펀드 설정액이 1조6499억원 감소한 59조3087억원을 기록해 2위로 밀려났고, 합병으로 몸짓을 키운 신한BNP파리바운용(30조1550억원)가 3위를 차지했다. 이어 KB운용(24조4591억원), 한국운용(22조3691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자산운용계, 덩치 커졌지만 '속 빈 성장'
특히 삼성, 한국, 우리운용 등 대형사의 주식형펀드 부진이 눈에 띄었다. 파워인컴펀드 등 대규모 펀드손실과 불완전판매로 논란이 됐던 우리자산운용은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작년 말 대비 27%(1조145억원) 이상 감소해 가장 부진했다. 다음으로 삼성운용(7347억원), 한국운용(6039억원) 순으로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크게 감소했다. 이들 3개사의 주식형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만 총 2조3531억원으로 업계 전체 감소분의 75%에 달한다.



이에 반해 JP모간, 블랙록운용 등 외국계 신설사들은 선전했다. JP모간운용은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작년 말 대비 3472억원 증가해 가장 많이 늘었고, 블랙록운용은 1412억원 증가해 그 다음을 이었다. 이들 외국계 신설사가 선전한 것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브릭스 증시 호전으로 관련 해외펀드가 크게 인기를 끌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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