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과 현물 가격 간의 관계

죠지 떼오차라이드 성균관대 SKK GSB 교수 2009.06.2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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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지상특강] 핌코사건, 시장규제 등에 대한 관심환기

선물과 현물 가격 간의 관계


2005년 중반 세계 최대의 채권 펀드인 핌코(PIMCO)가 비난의 대상이 된 적이 있다. 핌코가 상품거래법 위반 및 시장을 조작했다는 이유로 소송에 휘말린 것이다.

레이몬드 추라는 이름의 투자자는 "핌코가 2005년 6월물 10년 만기 미국 국채 선물을 상당수 매입하면서 동시에 다량의 최저가 인도 채권을 보유함으로써 인위적으로 국채 선물 가격을 조작했다"며 동부 일리노이 연방 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핌코의 빌 그로스 매니저는 혐의에 대해 절대 부적절한 거래가 없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결국 이 사건은 무혐의로 결론이 내려졌지만 핌코의 명성에는 오점이 남았다.

최근 수년간 미국 연방 규제 당국 및 관련 위원회는 파생상품(선물) 시장이 주식, 채권 또는 원자재 등 기초자산(현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해 왔다. 선물은 거래위험 최소화(헤징) 및 차익 거래를 주목적으로 하지만 때로는 투기에 활용되기도 한다.



문제는 선물 시장이 대규모로 성장한 나머지 이들의 과잉 거래가 현물 가격을 왜곡시키고 심지어 조작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 국채 선물 시장의 영향도 마찬가지였다. 미 국채 시장은 미국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을 거래하며, 현물 시장 외에도 선물 시장이 존재하는데, 이 선물 시장의 과잉 거래가 기초 채권 가격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핌코의 사례도 이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결과였다.

미국 국채 10년물 선물 계약은 분기별로 3, 6, 9, 12월에 만기가 도래한다. 선물 계약을 매입한 거래자는 만기 월 중에 채권을 인수할 것이고, 매도한 거래자는 채권을 인도해야 한다. 선물 계약은 잔존 만기가 6년 반에서 10년인 10년물 등 인수도 적격 종목을 바스켓으로 구성하지만, 인도자에게 유리한 것으로 간주되는 최저가 인도 종목이 존재한다. 당연히 인기도 가장 높다.

2003년 이후 미 국채 시장에서 미결제 약정(결제되지 않은 선물 계약의 수) 또는 상기 계약의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반면 공급 가능한 미 국채의 양은 상대적으로 변동이 없었다. 미국 정부가 발행한 채권의 공급량이 한정된 상황에서 선물 계약의 과잉 거래로 인해, 최저가 인도 채권 수요가 증가하게 된 것이다. 이런 품귀현상은 수요와 공급 원칙에 따라 최저가 인도 채권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상승시키고 시장이 조작되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생성될 수 있다.


대표적 사례였던 핌코의 경우를 더 자세히 들여다 보자.

핌코의 2005년 6월물 만기일 전 미결제 약정은 최대 2백만 개에 달했다. 개별 계약이 액면가 십만 달러인 국채 인수도를 의미하므로, 총 미결제 약정 규모는 2천억 달러에 가까웠다. 최저가 인도 채권 가용 매물의 최대 규모인 24억 달러와 비교하면 엄청난 것이다.



또한 당시 2005년 8월 18일자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모닝스타에 따르면 핌코의 최저가 인도 종목인 2012년 2월 만기 10년물 국채 보유 규모가 3월 31일 2백 8십만 달러에서 6월 30일 114억 달러로 증가’했고, △ ‘시카고 선물거래도(CBOT)의 매매 기록을 살펴보면 핌코는 2012년 2월물로 82억 달러를 결제’했다. 핌코가 선물 매도 투자자의 계약 이행에 필요한 현물 채권을 수십억 달러어치를 사들였다는 것이다.

핌코가 국채 선물과 현물 채권을 동시에 매집하면서 미 국채 10년물 품귀 현상을 유발시켰다는 혐의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런 행동은 기초 채권 가격을 올리고, 투자자들이 계약 체결에 채권을 필요로 하므로 선물 가격도 동시에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이에 따라 핌코는 막대한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이에 대해 핌코는 2005년 2월물의 경우 6월 이전이 아닌 6월 말에 인수도 결제를 통해 매수했다고 반박했다. 따라서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는 변론이다.



핌코 측 변호인들은 오히려 헤지 펀드사인 시타델(Citadel)의 대규모 국채 보유를 비난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시타델이 지난 5월말 무려 80억 달러에 달하는 국채를 매집, 품귀현상의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시장 조작 가능성의 주체가 다수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후 시카고선물거래소는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몇 가지 조치를 취했다. 계약 만료 전 열흘 간의 채권 결제 규모를 5만 개 이내로 제한한 것이 그 중 하나다. 훗날 이 제한 규모는 6만 개로 상향 조정됐다.

선물 시장의 영향은 원유, 가스 및 기타 에너지 원자재 가격에 미칠 경우, 그 파장은 더욱 클 것으로 생각된다. 2008년 7월 15일, 해리 레이드 상원 의원은 '에너지 자원 과다 투기 금지 법안'을 제출했다. 보고서에 실린 법안의 목적은 "위원회는 국제 규제 당국의 실무진을 소집하여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보고 및 규제 기준을 개발한다.



그 목적은 에너지 선물 시장, 국가 및 소비자에 체계적 위험을 제기하는 비합법적 헤지 거래, 과다 투기, 조작 및 최소 공통 분모식 규제로부터 에너지 원자재 선물 시장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비록 법제화되지는 않았지만 이 법안은 파생상품 시장의 투기적 거래가 기초 원자재 가격을 왜곡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핌코 사건은 정부 관료들에게 더욱 긴밀한 시장 규제 및 관찰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국채 가격을 인위적으로 인상시키는 사건이 발생한다면 정부가 적절한 가격으로 국채를 발행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 관계자들에게는 아무리 혜택이 큰 파생상품이라고 해도 적절한 규제가 없다면 금융 체계 자체에 해가 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현재 전 세계 금융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신용 파생상품이야말로 규제되지 않은 파생상품이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적합한 예시일 것이다.



■용어해설

▷파생상품: 주식, 채권 또는 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하여 파생된 금융 상품을 말한다. 옵션, 선도, 선물 및 스왑이 전형적인 파생상품이다. 가장 큰 금융상품 시장으로 시카고 선물거래소(CBOT),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등이 있다.

▷선물 계약: 미리 정해진 가격(구매 시점의 선물 가격)으로 가까운 미래(만기 월 중)에 일정량의 특정 원자재를 인도한다는 약속이다.



▷현물 계약: 상품의 매매시점에 대금 지급과 상품인도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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