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맘, CMA 전쟁터에 가다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2009.06.1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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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CMA 3차 대전/ (2)은행 vs 증권

'내 월급 통장엔 구멍이 뚫렸나?' '어디 이 구멍을 막아줄 두꺼비는 없을까?'

그토록 손꼽아 기다리던 월급날의 기쁨은 채 며칠을 가지 못하고 거꾸러지기 일쑤다. 각종 공과금에 카드 결제까지 와르르 빠져 나가버리면 또 다음 월급날까지 버터야 하는 기나긴 '월급 고개'가 시작된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 요즘 더 강해졌다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눈을 돌려본다. 요즘 CMA는 은행에 맞서 '제3차 대전'에 돌입했다고 한다.



제1차 대전은 2004년 CMA가 첫 출시되며 금융시장의 '얼리어답터'를 유혹했던 때. 2차 대전은 2007~2008년 체크카드와 손잡은 CMA로 은행 고객들의 대이동을 유발했던 때를 이른다.

이제 막 오른 제3차 대전 비장의 무기는 신용카드. '신상'답게 기존의 신용카드에서 한차원 업그레이드돼 신용카드의 기본 기능 외에 주식과 펀드, 채권 거래 기능까지 가능하다. 특히 이르면 다음 달부터는 각종 금융거래를 은행 계좌 수준으로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는 소액 지급결제 서비스까지 도입된다.



그러나 이런저런 복잡한 기능을 떠나 현실적으로 아줌마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금리'다. 연 2.5% 이상의 금리가 주어진다니. 그 몇푼의 이자가 비록 월급 통장의 술술 뚫린 구멍까지 막지는 못할지언정, 소소한 이자까지 따지는 세심함이 바로 자산관리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 증권사의 문을 두드려본다.
섹시맘, CMA 전쟁터에 가다


◆금리ㆍ펀드 투자ㆍ맞춤형 자산관리, 기호 따라 골라

'어느 것을 고를까요? 알아 맞춰 보세요.'

막상 CMA 상품에 가입하려고 하니 또 어느 것을 골라야 할지. 각 증권사(종금사)마다 이번 CMA 3차 대전을 야심차게 준비한 터라 또 머리가 지끈지끈해진다.


이럴 때는 나만의 기준을 갖는 게 중요하다. 수익률을 중시하는 투자자라면 하나대투증권의 ‘CMA 서프라이스(Surprice)'가 으뜸. 7월 말까지 가입하면 2개월 동안 연 4.1%(500만원 한도)의 우대 금리를 준다.

신용카드 결제일이나 공과금 납부일을 자꾸 깜빡깜박해 소액 연체를 자주 하는 건망증형이라면, 현대증권의 ‘CMA-프로(pro)’. 잔고가 부족해도 마이너스 통장 방식로 자동 납부돼 연체 걱정을 덜어준다.



펀드 투자에 관심이 많다면 '미래에셋 자산관리CMA 신용카드'. 매월 신용카드를 30만원 이상 사용하면 사용액의 0.7%(7000원 한도), 주식형 및 혼합형펀드 가입 금액의 0.1% 등 금융거래를 할 때마다 보너스 현금이 자동으로 펀드에 투자된다.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고 싶다면 '삼성CMA+신용카드'. 삼성증권은 고객이 세가지 위험관리 전략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삼성CMA+적립팩'으로 성향에 따라 CMA자산을 운용해준다.

이밖에도 각양각색의 CMA 상품 중에서 개인적으론 '돈'에 초점을 두고 골랐다. 최종 후보는 하나대투증권의 CMA 서프라이스와 우리투자증권의 옥토CMA. CMA 서프라이스는 연 4.1%라는 현 시점에서의 최강의 수익률 때문에, 옥토CMA는 '8월 말까지 가입하면 1만원을 준다'는 유혹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1만원은 추첨을 통해 당첨돼야 한다는 조건이 달려있어 한번도 경품에 당첨된 적 없는 불운(?)의 아줌마는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다.



◆'하루만 맡겨도 연 4.1%' 강력한 무기 실상은?

여의도에 있는 하나대투증권을 찾아갔다.

오후 3시30분. 대기자 1명. 이 시간쯤이면 여느 은행 창구는 마감을 앞두고 분주할 때인데 상대적으로 한적해서 좋다.



막 대기번호 호출을 받고 창구로 나가는데, 옆 창구에서도 "CMA서프라이스를 만들어주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역시 저금리 시대에는 금리의 유혹이 제일 무섭지!' 혼자 중얼거려본다.

상담원은 4.1%라는 금리는 2개월 동안만 적용되며, 이후에는 해당 시점의 RP수익률을 따른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펀드 적립식으로 월 50만원 이상을 납입하거나 주식 순수탁수수료가 월 4만원 이상이면 4.1%의 고수익을 지속적으로 보장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펀드 적립금 월 30만원 이상 등이면 3.1%….

'나는야 금리 노마드(유목민). 2개월 뒤에는 그때 가서 높은 쪽으로 GO!'



요즘은 행사기간이라 두가지 특전도 있다. 주식투자 자문서비스인 멘토스 무료 체험 서비스와 펀드클리닉 상담서비스다. 그러나 이중 멘토스 무료 체험서비스는 평소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데다 각종 가입서류 작성이 귀찮아 건너뛰고, 펀드클리닉 서비스만 신청했다.

다음은 수수료 우대 조건 설명이 뒤따랐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한 대목. 기실 개인적으로 주거래은행인 OO은행 급여이체 통장을 거의 '무이자'임에도 고집하는 것은 바로 타행송금 및 수수료가 면제된다는 부가 혜택이 크기 때문. 타 은행으로 1만원을 보내더라도 OO은행 인터넷뱅킹을 이용하고, 은행 영업시간 외에도 당당하게 '수수료 0원'으로 돈을 뽑으며 기뻐했던 터이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을 이용하면 영업시간에는 수수료가 면제됩니다. 그러나 영업시간 외에는 수수료가 부과됩니다." 울상이 되는 찰나. 급여이체를 하거나 공과금 결제계좌로 지정되는 등 여러 조건 중 한가지만 만족하면 전자금융거래서비스를 통한 타행송금과 하나은행 CD/ATM 출금 수수료가 면제된다는 설명에 솔깃해진다.



참 하나대투증권의 경우 신용카드는 8월께부터 발급 '예정'이고, 현재는 체크카드만 선택이 가능하다. 사실 기자는 신용카드보다 '금리' 혜택 등에 관심이 있었던 터라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에 냉큼 부담 없는 체크카드를 발급 받았다.

거래의 편의성을 위해 인터넷뱅킹까지 신청한 뒤, 기존 OO은행 급여이체 통장에서 꺼내온 50만원을 CMA에 옮겨 놨다.

그로부터 하루 이틀 뒤 CMA계좌의 수익을 확인해보니 112원이 붙어있다. 연 4.1%로 한달이면 1708원이 붙게 된다. '무이자'로 묵혀뒀던 돈을 CMA로 옮겨두고 한달여를 보내면 '떡볶이 한접시 값'은 얻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수익률에 혹해 CMA상품을 만들긴 했으나 여전히 월급통장을 옮겨가는 것까지는 미지수다.

그간 은행의 전유물이던 지급결제가 증권사에도 가능해져 굳이 제휴 은행계좌를 거치지 않아도 CMA만으로도 '금융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발목을 잡는 것이 대출. 신용대출에서 주택대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여신 업무는 증권사가 아직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CMA와의 경쟁이 가열되면 앞으로 은행에서 자체 거래 실적에 더욱 가산점을 두게 되지 않겠느냐"며 "만일 급여이체나 카드 결제 통장 등을 옮겨갈 경우 대출 등에서 제한을 받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은행 거래를 선호하면서 고수익을 받고 싶다면 특화된 은행의 고금리 월급 통장을 찾아봐도 좋을 것이다. 국민은행의 KB스타트통장이나 우리은행의 AMA플러스통장, SC제일 두드림통장 등이 대표적인 상품. 단 이들 상품은 연령이나 금액, 기간 등이 제한되는 것은 따져봐야 한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어린아이를 당혹케 하는 질문처럼 꼭 은행과 증권사의 어느 쪽 손을 들어주기보단 아슬아슬한 경쟁을 지켜보며 달콤한 '수익'을 쏙쏙 빼먹는 재미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나쁠 것 같지 않다.

끝으로 사족 하나. 취재 겸 CMA 가입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지인과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한다. "거기 CMA 금리 높다면서요?" "예, 현재는 제일 높아요." "가입할까요?" "오늘 가입했더니 000스포츠브랜드 손가방 사은품으로 주던데요." "예? 가입해야지…." 재테크도 '발품'을 팔면 '덤'이 생긴다나 뭐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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