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돈에 목마른 이유는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09.06.0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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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S비율 13% 웃도는 데도 추가 자본확충

한때 유동성에 압박을 받았던 시중은행들이 한숨을 돌리고 있다. 금융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고 해외 자금조달도 가능해 졌다.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채), 후순위채 발행 등을 통해 은행 금고는 넉넉해 졌다.

하지만 은행들은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권고치를 종전 11%에서 10%로 낮췄지만 은행들은 돈에 목말라 하고 있다.



◇은행 BIS비율 '인플레?'= 국내 은행들은 2007년 말까지 BIS비율이 12%를 넘으면 자본 적정성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통상 BIS 비율은 8% 만 웃돌면 되는데도 국내 은행들은 11~12% 이상을 유지했다. 외환위기 당시 BIS비율 악몽도 영향을 끼쳤다.

더구나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은행권의 자본적정성 기준은 더욱 높아졌다. 현재 은행권이 적정 수준으로 보는 BIS비율 수준은 13%대다. 1년 새 기준치가 1%포인트나 높아졌다.



올 1분기 국내 시중은행의 BIS 비율이 13%를 넘어선 게 이를 방증한다. 신한은행은 14.46%로 가장 높았고 외환은행도 14.29%를 기록했다. 특히 신한은행은 최근 7000억원 규모의 하이브리드채권 판매를 끝낸데다 이달 중 추가로 3000억원 규모의 하이브리드채를 발행하면 BIS비율은 15.31%로 껑충 뛴다.

지난 4월 하이브리드채권 발행으로 BIS비율이 14%대에 육박한 국민은행 역시 추가로 자본을 확충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KB금융지주는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준비하는 가운데, 유증 목적으로 '은행의 자본 확충'을 언급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BIS비율 유지에 집착한 나머지, 자산을 너무 소극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추가 자본확충 왜 = 은행권의 추가 자본 확충 움직임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 시점이 자본 확충 적기로 BIS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올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 상환을 미리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하반기 9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상환해야 한다. 상환에 임박해 채권을 발행하는 것보다 지금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두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추가 자본확충은 또 앞으로 소요 자금을 확보해 두려는 포석도 있다. 일부 은행들은 건전성 유지를 위해 2분기에도 1000억원 이상 대손충당금을 쌓을 계획이다. 최근 경제 환경이 일부 나아지긴 했지만 기업 연체율은 여전히 걱정거리로 남아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요자금을 미리 확보하는 것은 리스크 관리차원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은행의 수익성 제고를 위해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은행권 고위관계자는 "대개 은행은 마진이 큰 영업에 뛰어들어야 순이자마진(NIM)을 높일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선 은행에 돈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낮은 마진의 기존 대출을 정리하기 어렵다"며 "대형 건설사가 추진하는 재개발사업 대출 등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높은 마진을 얻을 수 있는 사업에 역점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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