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유산스에 울고 웃는 기업

더벨 김동희 기자 2009.06.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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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

이 기사는 06월08일(08:36)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은행 유산스(Banker's USANCE)가 갑작스럽게 줄어든 기업의 재무구조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특히 수출자 유산스(Shipper's USANCE)가 늘면서 매입채무가 급증하거나 가용 현금이 현저히 감소하는 기업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외부 차입금이 늘면서 재무안정성이 나빠지는 모습까지도 복합적으로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기로 은행에서 빌린 외화 단기차입금의 한도가 줄면서 현금 보유를 늘려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로 원화자금시장이 풀리자 기업들은 너나할 것 없이 유동성 확보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각 기업마다 다른 조달 수단을 선택하면서 현재의 차입구조는 각양각색으로 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GS칼텍스는 지난해 4분기에만 1조6998억원의 은행 유산스가 줄면서 외부차입금이 급격히 늘었다. 이전까지 잘 발행하지 않던 CP만 9741억원이 늘었고, 회사채 규모도 3000억원이 증가했다. 당장 현금으로 결제해야할 자금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GS칼텍스의 매입채무는 1조7537억원이 줄었고 현금성 자산은 1조2361억원이 늘었다.

올 들어 금융시장이 안정되자 GS칼텍스는 CP상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신 장기차입금과 사채발행을 늘리고 있다. CP는 지난해 말에 비해 7447억원이 줄어든 반면 회사채와 장기차입금은 각각 6470억원과 658억원이 증가했다.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보다는 차입금의 만기분산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동국제강 (8,000원 ▲50 +0.63%)은 은행 유산스 한도가 줄면서 매입채무가 급증하고 있다. 현금성자산도 대폭 늘고 있다. 동국제강의 유산스는 지난해 말 1조9520억원에서 올 1분기 1조3243억원(2009년 3월말 기준)으로 줄었다. 반면 매입채무는 5943억원에서 1조1633억원으로, 현금성 자산은 9362억원에서 1조4439억원으로 증가했다. 은행 유산스가 줄면서 수출자 유산스가 증가, 매입채무와 현금성 자산이 동시에 늘어난 것이다. 다만 매입채무를 결제해야할 현금이 늘어난 탓에 실제 사용 가능한 현금도 크게 줄었다.


외부차입금 증가도 현금성 자산이 늘어나는 데 한몫했다. 그러나 GS칼텍스와는 달리 CP 등 단기차입금 대신 회사채와 장기차입금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산업은행에서 2600억원의 장기 시설자금대출을 받았고 회사채도 6500억원을 발행했다.

LS니꼬동제련은 은행 유산스가 1800억원 가량 줄면서 CP가 증가했다. 현재 CP발행 잔액은 4003억원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CP증가는 다른 기업과 달리 금리차익을 노린 측면이 강하다. CP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낮기 때문에 CP를 발행해 예금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이자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 다른 수출입 기업들도 여러 방법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은행의 유산스 한도 축소에 대응하고 있다. 기업이 처한 상황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매입채무나 현금성자산을 늘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재무구조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다양한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의 이런 변화가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금융시장과 경제상황이 변하고 있는 만큼 이같은 대응방식이 적절한지는 수시로 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돌다리도 두드려봐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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