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금융위기 발생 이후 은행 위주의 건전성 관리에 치중한 탓에 지주사들의 부채비율이 위험수위에 놓여있다. 채권을 찍어 은행에 자본을 넣는 종전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단 얘기다. 타이밍도 적절하다. 금융주 가격이 상승세라 증자로 인한 충격을 흡수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주가 전망이 부정적일 경우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야 하는 탓에 일부 지주사는 선뜻 움직임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금융지주가 잇따라 증자에 나서는 것은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금융지주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은 자회사인 은행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금융위기를 맞아 은행 BIS비율을 맞추기 위해 지주사가 채권을 찍어 은행에 자본금을 넣어준 탓이 크다. 실제 신한지주 (55,500원 ▼1,400 -2.46%)의 부채비율은 40%고, 우리금융 (11,900원 0.0%)지주는 30%다. 부채가 없었던 하나금융지주 (61,600원 0.00%)도 20%나 뛰어올랐다. KB지주는 6%로 가장 낮다.
더구나 은행 실적이 신통찮아 당분간 자회사의 배당으로 인한 자본 유입도 기대할 수 없다. M&A 실탄을 확보할 필요도 있다. KB지주의 경우 부채비율이 한자릿수에 불과하다. 지난 3월말 기준으로 BIS비율은 11.45%, 기본자본(Tier1)비율은 8.28%로 다른 지주사에 비해 양호한 수준이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번에 실시되는 유증의 목적은 은행 자본확충 뿐 아니라 경기 회복 이후 매력적인 매물이 나올 경우 인수하기 위한 실탄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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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하나지주도 가세하나=유상증자를 진행하기에 시기도 적절하다. 지난해 말 금융지주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현재 어느 정도 회복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증자에 따른 주가 하락 충격을 감내할 수 있단 얘기다. 신한지주처럼 유증을 실시한 뒤 1개월만에 종전 주가대로 돌아온 선례도 있다.
지주사 별로 복잡한 속내는 있다. 할인율이 문제다. 신한지주의 경우 시가보다 25% 낮은 가격에 주식을 발행해 부담이 적잖았다. 이는 금융당국이 인정하는 최대 할인율인 30%에 육박한 수준이다. KB금융지주 할인율은 20%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투자가들이 금융지주사의 주가 전망을 부정적으로 본다면 할인율을 최대 30%까지 적용해야 하고, 유증에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지주는 '공적자금 투입'이란 비판을 살 수도 있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