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엉이 바위에서 31분간 무슨 일이...

동아일보 제공 2009.05.28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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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은 23일 오전 6시 15분을 전후한 시각 경호관이 없는 상태에서 봉화산 부엉이바위에서 투신한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났다. 또 당시 산행을 수행했던 이병춘 경호관(45)은 선진규 정토원장(74)에게 사고 당일 정토원에 들른 사실을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사실도 드러났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사건을 수사해온 경남지방경찰청 이노구 수사과장은 27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노 전 대통령과 동행한 이 경호관이 오전 6시 14분 정토원에 심부름 갔다가 6시 17분 돌아온 후 노 전 대통령을 발견한 오전 6시 45분까지 31분간 경호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이 오전 6시 14∼17분 사이에 투신했다고 보면 약 30분간 부엉이바위 아래에 방치돼 있었던 셈이다.



6시 14분… 盧전대통령 “정토원 원장 계신지 보고와라”
6시 17분… “VIP 안보인다” 사저 동료 경호관에 연락
6시 45분… 주변 수색통해 부엉이바위 아래 시신 발견
경호관, 정토원장에 “온적 없다고 해달라”… 자책에 거짓말한 듯

23일 오전 6시 10분 부엉이바위에 도착한 노 전 대통령은 4분 동안 대화를 나눈 뒤 이 경호관에게 정토원에 가서 선 법사(선 원장)가 있는지 알아보고 오도록 지시했다. 경호관은 정토원에 갔다가 오전 6시 17분께 돌아와 보니 노 전 대통령이 보이지 않아 경호동에 있던 신모 경호관에게 연락했고 주변 수색을 통해 오전 6시 45분경 부엉이바위 아래에 쓰러져 있던 노 전 대통령을 발견했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은 투신 후 최소 28분 이상 방치돼 있었으며 경호관이 정토원에 다녀온 시간까지 합치면 31분가량 ‘경호 공백’ 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발견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산 아래쪽을 보고 옆으로 누워 있었으며, 머리 등에 심한 상처를 입은 채 의식이 없었고 맥박도 없는 상태였다고 이 경호관은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 경호관은 노 전 대통령을 오른쪽 어깨에 메고 차를 댈 수 있는 산 아래 공터까지 66m가량 내려가 2차례 인공호흡을 했으며 곧바로 도착한 경호차량에 태워 인근 김해 세영병원으로 옮겼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 경호관은 당초 경찰에서 “23일 오전 6시 20분경 노 전 대통령과 부엉이바위에 올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휴식을 하다 6시 45분경 주변을 지나는 등산객에게 시선을 돌린 사이 갑자기 투신했다”고 진술했었다.

이 경호관은 선진규 정토원장에게 사고 당일 만난 사실을 말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선 원장은 27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사고 다음 날인 24일 오전 (이 경호관이) 전화를 걸어와 ‘(경찰에서) 저와 (23일 새벽) 만난 건 얘기하지 않았으니, 그렇게 알고 계시라’고 말해 ‘알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선 원장은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 깊이 생각을 못했지만 대통령 투신이 큰 문제라는 생각에 경찰에서 사실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경호관은 요인을 충분히 지키지 못한 충격과 자책감, 불안 등으로 심리적 압박을 느껴 허위 진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내달 초 이 경호관에 대해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처리 할 경우 형법상 직무유기 혐의를 적용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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