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盧의 세 남자…"죄송합니다"(종합)

봉하(김해)=김성휘·심재현 기자 2009.05.27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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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전 수석·정상문 전 비서관·이광재 의원 봉하마을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세 남자가 노 전 대통령을 찾았다.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이광재 민주당 의원 등은 27일 법원의 구속집행정지 결정에 따라 일시 석방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았다. 석방기간은 29일 오후 5시까지다.

2004년과 2005년 2억 원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3월14일 구속된 이 전 수석은 이날 낮 12시10분쯤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평생 동지이자 친구인 노 전 대통령을 생각하면 죽지 못하고 살아 있는 게 부끄럽고 죄스럽다"고 말했다.



↑ 사진 왼쪽부터 이강철 전 청와대 수석,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이광재 민주당 의원. ⓒ임성균 기자↑ 사진 왼쪽부터 이강철 전 청와대 수석,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이광재 민주당 의원. ⓒ임성균 기자


이 전 수석은 오후 5시15분쯤 봉하마을에 도착해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의 안내를 받으며 곧바로 분향소를 찾았다. 이 전 수석은 이 자리에서 "구속될 때 나를 마지막으로 정치보복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노 전 대통령이 이런 참극을 당해 살아있는 내가 부끄럽고 죄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또 노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믿어지지 않는다"며 "나머지는 우리 몫 이니까,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옛날에 (노 전 대통령과) 우리가 늙으면 같이 오손 도손 살기로 했는데 먼저 떠나신 게 가슴이 아프고 애통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명박 정부와 검찰이 진정으로 사죄하고 반성해야 정말 화해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노 전 대통령 일가의 '집사'로 불렸던 정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저녁 6시45분쯤 봉하마을에 도착했다. 정 전 비서관은 청와대 공금 12억5000만원 횡령 등의 혐의로 지난달 21일 구속됐다.

정 전 비서관은 박남춘·전해철 전 청와대 수석의 부축을 받으며 분향소에 들어설 때부터 붉게 상기된 얼굴로 눈물을 흘렸다. 분향소를 나온 정 전 비서관은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 한 마디도 하지 않고 6시50분경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이 안치된 마을회관으로 들어섰다. 정 전 비서관은 이날 정오쯤 서울 영등포구치소를 나서면서도 아무 말 없이 곧바로 승용차를 타고 봉하마을로 향했다.


천호선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정 전 비서관께서 말씀을 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이 의원은 이날 정오쯤 서울 영등포구치소를 나와 "무슨 낯으로 영정을 볼지 모르겠다"며 "주변인이 서럽지 않은 나라에 가시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저녁 7시40분경 부인과 두 자녀와 함께 봉하마을에 도착해 곧바로 분향소로 들어갔다.

분향소를 나온 이 의원은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 고개 숙여 인사한 뒤 한동안 얼굴을 들지 못했다. 한참 뒤 고개를 든 이 의원은 애써 미소 지으며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냐"라고 말한 뒤 마을회관으로 향했다.

이 의원은 다시 소감을 묻는 취재진의 요청에 돌아서서 "(노 전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사람이 무슨 할 말이 있겠냐"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권 여사님과 남은 가족들은 (내가) 이 세상을 살면서 숨이 끊어지는 그 날까지 함께 하겠다. 죄송하다"라며 마을회관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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