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극단의 선택할 수밖에 없었나…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2009.05.23 14:32
글자크기
↑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안치되어 있는 양산부산대병원 지하의 안치실.  사진 흰색 원안 안치실 5번에 노 전 대통령이 안치되어 있다. ⓒ양산=윤일선 기자↑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안치되어 있는 양산부산대병원 지하의 안치실. 사진 흰색 원안 안치실 5번에 노 전 대통령이 안치되어 있다. ⓒ양산=윤일선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는, 검찰 수사로 인해 정치적·도덕적으로 이미 치유가 불가능해져버린 작금의 상황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노 전 대통령은 서거 이후 공개된 유서에서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고 밝혔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는 등의 표현은, 노 전 대통령이 본인은 물론 가족과 측근들에 향하는 수사에 느꼈을 부담감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짐작케 해준다.

"원망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하나 아니냐. 마을 주변에 비석을 세워 달라"는 말에서는 자조감과 삶에 대한 회한마저 느껴진다.



청렴성과 도덕성은 노 전 대통령의 가장 큰 무기였고 재임 중이나 이후에도 보수진영 등 반대론자들의 비판에 당당할 수 있게 해 준 버팀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불거진 부패 의혹은 삶의 의지를 꺾어 버리는 강력한 요인이 됐을 것이라는 게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바라보는 이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인사.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30일 검찰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출발 전 심경을 밝히며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있는 모습.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인사.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30일 검찰 소환 조사를 받기 위해 출발 전 심경을 밝히며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있는 모습.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
노 전 대통령은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기 전인 지난달 22일 홈페이지 '사람 사는 세상'을 통해 자신을 버려야한다며 스스로 정치적 사망선고를 내린 바 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이제 저는 민주주의나 진보, 정의를 말할 자격을 잃었다"며 "더 이상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 없으며,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진 저를 여러분이 버리셔야한다"고 밝혔다.

1981년 부림사건 변호를 계기로 인권변호사로 변신한 이후 현실 정치에서의 자신의 모든 정치적 행위와 결과물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1일 검찰 수사를 받고 나서는 길에서는 취재진에게 "최선을 다해 받았다"고 짧게 언급했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 부부가 조사를 받았으며 검찰은 권양숙 여사의 재조사 이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목숨을 끊겠다는 결심을 언제 했을 것으로 추정하기는 어렵지만 자신에 대한 조사와 자녀, 아내, 측근 정치인과 기업인의 사법처리 과정을 지켜보면서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