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 美 은행 신용등급 엇갈리는 이유

박문환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지점 팀장 2009.05.18 08:06
글자크기

[샤프슈터의 증시 제대로 보기]최근 시장에 대한 7가지 의문과 답변<2>

편집자주 샤프슈터.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지점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문환(43) 팀장의 필명입니다. 주식시장의 맥을 정확히 짚고, 가급적 손해보지 않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그의 투자 원칙과 성과에 따라 붙여진 필명이지요. 샤프슈터, 박문환 팀장이 매주 월요일 개장전에 머니투데이 독자를 찾아갑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뜨거운 환영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신용평가사 美 은행 신용등급 엇갈리는 이유


3. 잠재된 폭탄이었던 카드 부실이 가시화되고 있다. 아멕스 씨티 웰스파고의 대손상각률이 최고행진을 이어가면서 카드발 신용경색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막대한 유동성 공급 및 다양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카드부실 커져만 가는 이유는? 그리고 그에 따른 미 금융권은?

박문환(샤프슈터)...미국 카드 업체들의 대손 상각률이 사상 최고 행진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카드사들이 두 자리수의 대손상각률을 보이고 있어 이들에 대한 추가적인 부실이 진행될 경우 또다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매머드급 악재에 속합니다.

특히 아멕스 카드 등 일부 카드사들의 대손상각률이 10%를 넘어서면서 카드발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마스터카드를 발행하고 있는 씨티그룹 역시 대손상각율이 10.22%로 지난 3월의 9.6%에 비해 높아졌다고 밝혔습니다.



전체 카드업계의 평균 대손률은 1월에 7.39%였던 것이 2월에는 8.4%로 높아졌고 3월에는 8.82%로,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속적으로 카드문제가 시장에 화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세가지의 이유로 뉴스가 좀 과장되었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첫째...그 이야기는 오래된 기사입니다. 지난 3월부터 대손상각률이 두자리수를 넘어서게 될 것이라는 예측을 많은 전문가들이 해왔었습니다. 이미 잘 알려진 뉴스가 새롭게 시장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은 잘 납득할 수 없는 일이죠.


둘째...카드 부실의 규모는 조족지혈에 불과해서 고통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부동산의 부실의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작은 정도가 아니지요. 현재의 모든 부실이 모두 부도가 난다고 해도 1000억달러 주변이라면 그것으로인해 설령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그게 얼마나 시장에 추가적인 고통을 줄까요? 이미 수조달러의 고통이 지난 2008년부터 진행되면서 산전 수전 다 겪은 시장이 겨우 얼마되지 않는 돈에 재차 위험에 빠진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이것이 예상하지 못했던 위험이라면 모를까 모두 알고 있었고 이미 시장이 대응을 충분히 하고 있었다면 카드 부실 문제로 다시 금융위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측은 지금으로서는 과장된 반응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회계상의 문제점도 체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30일 이상 연체된 부실대출의 비율은 전체의 4.9%로 지난 3월의 5.1%에 비해서 오히려 낮아졌다는 점입니다. 연체는 줄었는데 대손상각률은 늘었다는 것인데요...허참...그러니까 카드 부실이 지금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습니다.

왜 연체자산을 줄었는데 대손상각률이 늘었는지를 말씀 드리기 위해서 간단한 회계 원리를 먼저 설명 드려야겠군요.



미국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회계기준은 기본적으로 발생기준원칙에 따르고 있습니다. 발생기준이라고 하는 것은 매출이 발생하는 즉시 그것이 외상매출이라고 할지라도 이익도 함께 생겼다고 보는 것입니다. 내게 현금이 들어오기 전이라도 말입니다. 그리고 비용은 그 발생된 이익에 대해 매칭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지요.

즉 외상으로 매출이 생겼어도 그 매출과 동시에 이익도 인식되고 손실도 인식된다는 것을 먼저 기억해 두십시오.

그리고 다시 상상해보죠.



발생주의 회계 원칙에 입각한다면... 어떤 회사에 매출 채권이 전기에 발생을 했을 경우에 수익은 이미 전기에 인식이 되었을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외상 매출도 수익으로 인식하는 것이 발생주의 회계원칙이니까 말이죠.

그런데 그 채권 중에서 일부가 이번 분기에 부도가 났다고 해보죠.

그럼 전기에 생긴 수익에 대해 현재 비용이 대응이 되는 구조상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미스매치를 없애기 위해서, 즉 당기에 발생한 매출 채권에 대해서 일정한 부분 손실을 예상한 충당금을 설정할 필요가 있는데 이 손실에 대한 예상 비율이 바로 대손상각비율입니다.



즉, 지금까지 손실이 지금 난 것이 아니라 과거의 경험치로 보아 그 정도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하는 비율이지요. 과거에 손실이 많이 발생했다면 상각비율은 경험적으로 높아지게 되는데 그런 문제 때문에 상당히 후행하는 지표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상각비율이 커지고는 있지만 연체 자산은 소폭이나마 감소하고 있다는 것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즉, 비록 대손상각비율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향후 연체자산의 감소가 이어진다면 후행적으로 대손상각비율도 낮아지게 될 것입니다.



4. 현지시간 14일, 신용평가기관들이 은행 투자등급을 상향조정했다. 그러나 15일, 피치는 9개 은행에 대해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평가 엇갈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을 설명드리려면 좀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해를 돕기 위해 일단 15일에 있었던 뉴스 하나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이 무디스와 S&P 그리고 피치 등 3대 신용 평가사에 대한 규제 방침을 편지를 통해 밝혔는데요...



버냉키 의장은... “FRB는 신용평가사들에 대해 어떻게 접근할 지 광범위하메 검토하고 있다면서 검토 대상에는 재할인 창구 대출 등 모든 종류의 신용에 담보로 쓰이는 유가증권들에 대한 평가 방식 등이 포함된다” 고 밝혔었습니다.

버냉키 의장이 이렇게 편지를 통해서 신용평가사에 대한 규제방침을 밝힐 수밖에 없었던 사정은 리차드 불루멘탈 코넷티컷 주의 검찰총장 때문입니다.

불루멘탈 검찰총장은 지난 달에 “왜 이번 금융위기의 원인이 되고 있는 신용 평가사들에게 공정하지 않은 규정을 유지하고 있느냐고 지적을 했었는데요...즉 AAA 등급을 받을 수 없는 MBS(모기지 채권)에 AAA 를 부여함으로서 모든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잘못을 크게 저질러 놓고 신용평가사에 대해서는 정부의 조치가 없다는 것에 대해서 코넷티컷 주의 검찰총장이 불만을 터뜨린 것에 대하여 FRB 의장은 서면 답변을 통해서 조만간 신용평가사들에 대해서도 규제를 할 것이라고 했고 그 때문에 신용평가사들이 긴장했을 수도 있습니다.



잘 이해가 안되시지요? 정말 설명하기 어려운 질문이네요...

미국의 상황을 자세히 모르는 상태에서 함부로 예측할 수는 없겠지만 얼마전 부시 시절에 막 불거지기 시작한 모기지 위기를 진화하기 위해서 부시가 3대 신용평가사에게 암벡과 MBIA 등 미국의 대형 신용공여사들에 대한 평가를 유보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즉 때에 따라서는 이들 신용평가사들이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일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최근 미 정부의 덮어두기 식 스트레스테스트에 대해서도 신용평가사들이 정부의 생각에 반하지 않는 등급 상향가능성을 보였다가 불루멘탈 검찰총장의 발언에 좀 더 반응을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다소 낮은 성적을 받은 9개사 들에 대해서 신용평가를 하향한다는 생각을 좀 더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갑자기 생겼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정부와의 이해관계에 있어서 기업들의 입장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할 일들은 의외로 많습니다.

그냥 그정도로만 이해해 주십시오.



5. 일각에서는 미국의 부실 금융기관에 대한 버티기 작전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판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분에 대해서 어찌 보는가?

박문환(샤프슈터)...왜 자꾸 일본에 비교를 하려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본의 위기와는 그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일본의 경우 말 그대로 잃어버린 10년입니다. 최초 5년간 절반이 빠졌고 그다음 5년에 걸쳐 절반이 하락해서 10년에 걸쳐 가격조정이 있었던 것을 일본식 불황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천천히 진행이 된만큼 지루하기는 했겠지만 대응이 가능했던 불황이었지요.



하지만 지금의 불황은 빠른 속도가 특징입니다. 우리나라의 시장 역시 달러 베이스로 본다면 고점 대비 75%가 하락했지만 이 하락은 놀랍게도 단 5개월만에 진행된 것입니다.

지금까지 역사상 이렇게 모질고 빠르게 진행된 공포는 몇 번 되지 않습니다.

전혀 일본식 불황과 다르고 또한 다르기 때문에 그렇게 진행될 가능성을 논하는 것은 별로 유익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한가지 중요한 것은...지금 전세계 지도자들의 생각이 자칫 틀려질 경우에는 일본식 불황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더 큰 공포국면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행이도 전세계 지도자들의 생각이 올바르게 진행된다면 위기는 순식간에 연기처럼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즉, 일본식 불황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불황이고 현재의 불황은 급하게 진행되는 불황이지만 경우에 따라서 치료가 가능한 불황이라는 점에서 다릅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