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급락에 해외펀드 환매 급증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2009.05.1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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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차손 우려에 환매 증가...환노출형 3월 이후 1000억 넘게 빠져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환노출형 해외주식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환율 급락으로 또 다시 펀드 손실이 커질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대거 환매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환노출형 해외펀드는 투자국가의 증시가 올라도 환율이 그 이상 하락하면 손해를 보는 것이 특징이다.

12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환노출형 해외주식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 총 328개)의 설정액은 총 6조6132억원으로 환율이 연중 최고점(1570.3원)이었던 지난 3월2일 대비 1097억원 감소했다.



이에 반해 환율변동이 펀드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설계된 환헤지형 해외주식펀드(총 956개)는 같은 기간 설정액이 3333억원 증가해 50조5261억원을 기록했다. 춤추는 환율에 따라 해외주식펀드의 자금흐름도 서로 다른 양상을 띄고 있는 것이다.

펀드별로는 미래에셋 환노출형 해외주식펀드들의 자금이탈이 눈에 띄었다. 또 투자지역별로는 최근 증시 호전으로 지난해 손실을 크게 줄인 이머징마켓펀드를 중심으로 자금이 많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유출이 가장 많았던 펀드는 ‘미래에셋아시아퍼시픽업종대표증권투자신탁 1(주식)종류C’로 설정액이 483억원 감소했다. 이어 ‘미래에셋인디아어드밴티지증권투자신탁 1(주식)’ 243억원, ‘미래에셋맵스TIGER브릭스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 203억원, ‘미래에셋솔로몬아시아퍼시픽컨슈머증권투자신탁 1(주식)종류A’ 106억원 순으로 자금이탈이 많았다.

유독 환노출형 해외주식펀드에서만 자금이 빠져나간 것은 환율 급락으로 수익률 하락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섰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실제 지난 11일 원/달러 환율은 1247원으로 3월초에 비해 20% 이상 급락했다.

대형증권사 한 관계자는 “최근 환노출형 해외주식펀드 투자자들의 환매 등 문의전화가 부쩍 늘었다”며 “환율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그 동안 만회한 수익률이 다시 떨어질까 걱정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환율이 단기 급락하면서 해외주식펀드의 성과는 크게 엇갈렸다. 3월초부터 지난 11일까지 환헤지형 해외주식펀드는 24.96%의 평균수익률을 올린 반면 환노출형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1.73%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환율급락에 해외펀드 환매 급증


펀드별 성과는 더욱 크게 차이가 났다. 같은 기간 블랙록자산운용의 ‘블랙록월드골드증권자투자신탁(주식)’의 경우 환헤지형은 10.79%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환노출형은 정반대인 ?10.40%의 부진한 성과를 보였다. 같은 펀드임에도 불구하고 환헤지 여부에 따라 수익률이 무려 20%이상 차이가 난 것이다.

김재근 제로인 펀드애널리스트는 “환노출형은 환율이 오르면 주가 상승과 함께 환차익도 얻을 수 있지만 반대로 환율이 떨어지면 주가 상승 혜택도 보지 못할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볼 때 환율변동에 크게 좌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추가 하락 전망이 우세한 만큼 당장 자금이 필요한 투자자라면 환매를 고려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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