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치 버블 통한 위기 극복..이번엔 다를까?

박문환(샤프슈터)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지점 팀장 2009.05.11 12:51
글자크기

[샤프슈터의 증시 제대로 읽기]30년만에 찾아오는 위기와 기회<3>

자산가치 버블 통한 위기 극복..이번엔 다를까?


오바마 정부는 팔짱을 끼고 벌러덩 누워버린 금융시장을 보고 그럼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장고 끝에 결정한 것이...바로 자산가치의 버블을 다시 유도해내는 것이었다. 이는 중대한 차선책이었다. 어차피 드러낼 수 없는 부실이었다면 그냥 덮어두고 대신 부실한 자산들이 다시 정상적인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자산가치의 버블을 이끌어내어 전체가 자연치유가 되는 방식으로 수정을 하게 된 것으로 생각된다.

좀 쉽게 설명해보자.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부동산의 버블이 있었고 그 버블이 터지는 과정에서 은행과 일반 투자자들의 탐욕이 개입되어 부실은 눈덩이처럼 커졌었다. 즉, 만 원짜리 부동산이 지금 8000원 미만으로 떨어졌는데 그 만 원짜리 부동산을 담보로 해서 만든 채권(MBS)이 부실이 되었고 그 채권을 보증한 CDS가 부실이 되었다는 말이다.

그럼 문제는 의외로 간단하게 풀릴 수도 있다. 아예 자산가치의 버블을 다시 이끌어 내서 8000원까지 하락한 부동산을 다시 만원으로 올려 놓으면 되지 않을까?



그것이 얼마전 “심리적 통치”를 통해서 거론했었던 미국이 여러 우방들에 대한 재정투자의 확대를 종용하는 이유가 된다. 즉, 돈을 찍어내고 그 돈을 풀어서 다시 버블을 이끌어 낸 이후에 부실을 스스로 사라지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시간은 다소 걸리겠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다.

물론 이런 방법은 모두가 윈-윈 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은 아니라는 점은 확실하다. 하지만 현재의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Ravi Batra" 는 그의 최근의 저서 “New golden age"를 통해서 지구촌에는 거의 정확하게 30년을 주기로 거대한 인플레이션이 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때마다 엄청난 돈이 새롭게 찍어 내지게 되는데 이때 반드시 생기는 것이 전쟁이나 혹은 심각한 위험이라는 것이다.


현인(賢人) 워렌버핏 역시 오마하의 퀘스트 센터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 바 있다.

“지금 당장 세계 경기가 바닥을 탈출할지 혹은 다시 고꾸라질지에 대해서 누구도 알 수 없지만 지금 당장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향후 수년간 혹은 수십년간에 걸쳐서 상당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각국의 재정투자확대가 결코 윈-윈의 정책은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 수세기에 걸쳐 입증되었던 유일한 탈출구라는 것이다.

그럼 이런 막강한 재정투자가 집행될 경우 피해자는 누가될까?

당연히 금융을 모르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이제 금융은 특정인들이 알아야 하는 전문 지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과목이 되어 버렸다. 영문 모르고 그저 열심히 일만하는 노동자는 중산층에서 하위층으로 밀려나게 된다. 그나마 금융을 알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들은 중산층에서 고위층으로 올라설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할 것이다.



아무튼...적어도 지금까지는 미국의 전략은 국제적 공조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하고 있는 것같다. 얼마전에 거론했었던 “심리적 통치”를 통해서 말이다.

여전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몇 몇 시장은 세계 시장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시장이 되고 있다.

지금 세계 시장에서 상승폭이 가파른 나라들...그러니까 중국이나 대만 브라질 러시아 한국 등의 공통점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재정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모두 연초 대비 30~50%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재정투자의 권고를 무시했던 일본은(완전 무시는 아니지만) 지난 주에 겨우 연초 대비 플러스로 전환되었을 정도다. 그 직전주까지는 마이너스였다.

지난주에는 마치 “놀부가 자선사업을 개시했다는 소식”만큼이나 획기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완고했었던 ECB 마저도 커버드 본드를 매수하는 방법으로 600억 유로의 양적 완화정책을 천명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필자는 지난 주 월요일 “오늘의 시장 보는 법”을 통해서 지금 가장 중요한 이슈는 “ECB의 양적완화정책의 천명이 될 것”이라는 주장을 한 바 있다.



그 뉴스가 그토록 중요했었던 이유는 미국의 복안에 대해서 범세계적인 공조가 이루어질 수 있는지 없는지의 중요한 판단의 잣대가 되는 사건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모두 아시다시피 유로는 전통적으로 고전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그들은 태생적으로 GDP 성장률을 넘어서는 통화의 공급을 싫어한다.

그런 그들이 미국의 전략에 따라 통화 완화정책에 동참했다는 것은 나름대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



물론 600억 유로 규모는 턱없이 작다. 하지만 영국에서도 처음에는 750억 파운드의 양적완화정책을 제시했다가 지난 주에는 1250억 파운드로 다시 확장된 양적완화정책을 발표했다.

이처럼 첫 단추가 끼워지면 그 다음부터는 나머지 단추들은 차차 끼워지게 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되면 가장 비협조적이었고 가장 통화정책에 대해서 완고한 고전주의의 본상인 유로지역에서도 케인지안들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해석을 해야 하고 이를 통해서 세계가 좀 더 빠른 속도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는 희망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미 세상은 반응을 시작했다. 신용스프레드는 빠르게 축소되기 시작했다.(우리나라는 오히려 축소 폭이 더딘 셈이다.) 선진국 진영에서 양적 완화를 강화하면서 돈들은 넘쳐나기 시작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5%를 넘었던 라이보금리가 이제는 1%도 채 되지 않는다. 이는 달러의 유동성을 대변한다. 즉, 5%를 줘도 빌릴 수 없었던 달러화는 지금 1%만 줘도 빌려주겠다는 말이다. 이미 엄청난 규모의 달러가 새롭게 발행이 되었고 우리네 시장을 비롯한 이머징을 향해서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30년에 한 번은 거대한 인플레이션의 쓰나미가 밀려온다. 그것은 위기이자 기회이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에도 거대한 인플레이션이 시장을 강타했었다. 1980년대...미국 다우지수는 겨우 1000포인트 내외였었던 것을 기억해보자.



거대한 인플레이션은 화폐의 가치를 현저히 떨어뜨리고 시장은 새로운 질서로 재편된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부터 달러를 보유하고 있던 사람과...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던 사람은 지금 어떤 차이가 있을까?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