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부르는 투자는 따로 있다

이춘원 성균관대 SKK GSB 교수 2009.05.09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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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지상특강]9회. 애플 성공 신화의 주인공, 사모펀드

대박 부르는 투자는 따로 있다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을 살펴보면 가장 어려운 시기가 초창기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사업가가 기발한 아이디어나 테크놀로지 또는 사업 계획을 가지고 사업을 일으키려고 할 때 아무리 철저히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고찰하고 사업에 대한 확신이 있다 해도 이는 한낱 계획일 뿐이다. 그런 사업 계획을 현실로 옮기려면 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냉혹하다. 아무런 담보물도 없이 은행에서 대출을 해줄리 만무하고 개인이나 가족, 지인의 신용 대출로는 거대한 사업계획을 실행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 운 좋게 재정적 지원을 자처하는 후원자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의 무리한 요구를 하기가 일쑤다.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이거나 또는 집안의 재력이 튼튼한 사업가가 아니면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사업을 일으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통계가 이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생성되는 사업의 90% 이상이 소규모의 음식/소매업이다.

그나마도 대부분은 실패로 끝난다. 여기저기서 연대 대출과 보증으로 시작한 사업이 실패하면서 본인과 가족은 물론 많은 이들이 피해를 입으며 같이 몰락한다. 암울한 현실 속에서 미래에 대한 도전이나 사업가 정신이란 말은 요원한 얘기다.



눈을 잠시 해외로 돌려 보자. 애플, 구글, 아마존와 같은 이름들을 생소하다고 느끼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마도 많은 이들은 시코와 캐티탈, 클라이너, 퍼킨스, 코필드 앤드 바이어스와 같은 이름들을 나열하면 도대체 무슨 이름들인가 하고 의아해 할 것이다.

앞서 말한 회사들은 세계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굴지의 기업으로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들이지만 불과 10년 내지 20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회사들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거나 생소하게 여겼던 회사들이었다.

너무 잘 알려져 진부한 얘기지만 두 청년이 부모님 집 차고에서 만든 개인용 컴퓨터가 애플의 시작이었고, 두 대학원생이 밤새며 만들어낸 검색 프로그램이 구글의 효시였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뉴욕에서 시애틀로 운전하면서 고안한 사업 아이디어 하나로 아마존은 시작되었다.


그들의 상상을 초월한 성장 배후에는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회사들의 막대한 자금과 경영 참여 및 조언이 빼놓지 못할 버팀목이었다. 소위 말하는 벤처캐피탈과 사모펀드의 도움 없이는 아마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한창 금융위기와 경제 파탄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경제학에 대한 무용론까지 나오고 노벨 수상자들조차 좌충우돌, 탁상논란이 난무하고 있다. 그 진원지인 미국에 대한 따가운 눈초리와 월가가 상징하는 자본주의 경제와 금융에 대한 시선이 송곳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금융의 진정한 의미와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새겨볼 시기이다. 금융의 진정한 성패는 경제 전반에 내재돼 있는 여유 자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생산적인 산업 자금으로 유용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여유 자금이 있는 투자자들은 위험성에 대비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곳에 투자하려 하고 기업이나 사업가들은 가장 적은 기회비용으로 자금을 유치하려고 노력한다.

자본 시장은 이러한 두 그룹간의 상이한 욕구를 동시에 충족시키면서 시장의 기능을 유지한다. 위험성 대비 수익률이 높지 않은 기회는 투자자들에게 외면을 받게 되고 결과적으로 재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없는 기업가나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당하기 마련이다.



반면 월등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투자자들은 기꺼이 그런 곳에 투자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벤처캐피털과 사모펀드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들은 벤처캐피털과 사모펀드 운영자들의 역량을 믿고 막대한 자금을 운용자에게 위임하고 펀드 운용자들은 투자자들의 자금을 바탕으로 창업 기업이나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 전략적으로 투자 한다.

은행이나 다른 금융 기관과는 달리 담보물에 의존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회사의 성장 가능성에 투자하는 것이므로 운용자들은 투자 회사에 대해 면밀한 실사를 할 뿐 아니라 투자한 회사의 발전과 성공을 위해 창업자 및 경영인들과 같이 오랜 기간 동안 고민하고 생로를 모색한다.



많은 경우 운용자들은 동일, 유사한 업종에 경영 경험이 있거나 그러한 경영인들을 발색하여 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디어에 지나지 않았던 사업 계획은 차차 현실로 실현되고 어려움에 처해 있던 기업은 점차 회생되어 사업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윈-윈 하는 결과를 가져다준다.

물론 모든 투자가 성공적일 순 없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 해도 열에 아홉은 창업이 실패로 끝난다. 하지만 그 중에 하나의 성공이 곧 애플이요 구글이다.

현대 벤처캐피털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조지 도리어트의 ARDC라는 사모펀드 회사는 1957년부터 1968년까지 10년 동안의 전체 투자 수익률은 10% 미만이었지만 불과7만 달러를 디지털 이큅먼트(Digital Equipment Company, DEC)에 투자해 3억5500만 달러의 값어치를 가진 회사로 발전시켰다.



이러한 투자의 성공이 의미하는 것은 단지 투자자들의 '대박'뿐이 아니다. 그 사업이 성공함으로써 새로운 산업이 시작되었고 고용이 창출되었을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도전 정신과 사업가 정신이 지속적으로 고양되었고 진취적인 젊은이들에게 돈이 없더라도 좋은 아이디어와 실력이 있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었다.

우리의 척박한 창업 투자 환경 속에서는 우리는 내일의 애플과 구글을 기대하기 어렵다. 금융의 참 모습은 매일 매일 반복되는 주가 변동에 일희일비하는 투자자의 모습도 아니고 부동산 경기에 따라 밀려왔다 떠나가는 뭉칫돈도 아니다. 미래 산업에 대한 효율적인 투자가 우리 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이다.

그러기 위해선 투자자들의 과감한 투자와 인내, 사업을 일으킬 수 있는 아이디어와 능력을 지닌 창업자의 발굴, 그리고 탁월한 혜안과 경영능력으로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참 금융인의 배양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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