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후폭풍…한나라 쇄신 고삐 '바짝'

심재현 기자 2009.05.0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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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쇄신론이 힘을 받고 있다. 재보선에서 완패한 데 이어 4월 임시국회에서 금산분리 완화 등 핵심 법안 처리에 무력한 모습을 노출한 탓이다.

한나라당은 4일 당 쇄신 특위를 구성, 본격적인 쇄신 작업에 나선다. 이날 한나라당 개혁성향의 초선 모임인 '민본21'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로 당 리더십 분화 등 당내 문제를 담은 을 담은 '한나라당 국정쇄신 건의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6일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과 박희태 대표의 청와대 회동에서도 당 쇄신에 대한 의견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한 당직자는 "선거 결과와 당 안팎 문제를 두고 허심탄회한 의견이 오갈 것"이라며 "다만 세세한 얘기보다는 원칙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는 21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당 대표와 원내대표 권력 분배 등 당헌당규에 대한 의견도 오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당청 관계 등 전반적인 여권 시스템에 대한 개선책도 나올 수 있다.



다만 지도부 책임론은 거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가 재보선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앞으로 더 잘 하라는 민심으로 받아들이겠다"며 책임론을 일축한 만큼 이 대통령도 '박희태 체제'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는 조급하게 나서다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당분간 사퇴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현재 당 지도부 중에서는 안경률 사무총장만 선거 패배를 책임지고 당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당 쇄신 특위에서도 전반적인 당내 의견 수렴 시스템을 점검하고 개선책을 마련한 뒤 각계 의견을 청취해 쇄신 방안을 마련하는 수준의 활동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쇄신안으로는 일단 당직 개편이 있을 수 있다. 여의도연구소장, 전략기획본부장, 홍보기획본부장, 대변인 등 당내 주요 당직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핵심 당직자는 "최종 결정은 지도부가 내리겠지만 본인들은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당 쇄신안은 원내대표 경선 때 정점을 찍게 될 것이라고 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 연말연초 입법 과정과 이번 재보선에서 드러난 친이(친 이명박)·친박(친 박근혜) 갈등 국면도 친이 원내대표와 친박 정책위의장의 '짝짓기'로 해결할 수 있다는 구상도 나온다.

현재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 의사를 밝힌 친이 안상수 의원은 러닝메이트인 정책위의장으로 여의도연구소장인 친박 김성조 의원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친이 정의화 의원은 수도권 친박으로 분류되는 진영·이성헌 의원에게 정책위의장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립 성향으로 원내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황우여 의원은 아직까지 러닝메이트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사무총장을 비롯한 당 대표 직할 체제는 친이로,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원내대표 직할체제는 친박으로 나누자는 방안도 나온다. 재보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침묵했는데도 경주에 무소속 출마한 친박 성향의 정수성 후보가 당선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원내대표 후보로는 친박 좌장 김무성 의원이 거론된다. 이 경우 한나라당의 쇄신은 조직이나 인물 교체에서 끝나지 않고 여권의 역학구도 자체를 바꾸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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