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29일(09:4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
외화조달이 그 동안 금융회사 중심의 대규모 해외 공모채 발행 위주였지만 최근에는 비금융 기업들이 해외사모채권을 발행하면서 외화차입 릴레이에 가세하고 있다.
달러가 한 푼이라도 아쉬운 상황에서 누구에게 어떤 형태로 돈을 빌렸든 기업들의 외화차입 소식은 일단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만약 외화차입이 자발적이 아닌 궁지에 몰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렇게 시중 은행들이 대기업들의 대출을 제한, 사실상 신규 대출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바로 중소기업대출비율 때문이다.
중소기업 대출비율 제도는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기관의 대출증가액 중 일정비율 이상을 중소기업에 지원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대기업 대출을 늘리려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대출 비율 때문에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도 함께 늘려야 한다.
결국 중소기업 대출에 부담을 느낀 시중 은행들이 대기업 대출을 포기하고 중소기업대출비율을 현 상태로 유지하는 카드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자산 건전성 때문에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대기업 대출도 중소기업 대출비율제도 때문에 같이 자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등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에 대한 대출은 바젤Ⅱ상 위험가중자산(RWA) 환산율이 크게 높아져 결국 은행의 BIS 비율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건전성을 확보하고 동시에 중소기업대출비율제도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의 차별을 막고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활성화하고자 했던 제도가 오히려 중소기업과 대기업 모두의 발목을 잡는 제도가 돼 버렸다. 그리고 결국에는 기업들로 하여금 외국 은행들에게 손을 벌리도록 하는 상황까지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