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재·보선 침묵 일관 이유는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09.04.1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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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재·보선 침묵 일관 이유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사진)가 보이지 않는다. 4·29 재·보선 어디에서도 박 전 대표를 찾아볼 수 없다. 야당에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정계를 떠나 '근신 중'인 거물까지 '소집령'을 받고 달려나온 판이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지도부의 거듭된 지원 요청에도 꼼짝하지 않고 있다. 친박계 중진 허태열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박 전 대표가 이번 재·보선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판을 휩쓸고 있는 재·보선 국면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결정에는 이번 재·보선에 개입하지 않는 게 최상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 친이(친 이명박)계 정종복 한나라당 후보와 친박(친 박근혜)계 정수성 무소속 후보가 일전을 벌이는 경주 재선거는 친이·친박의 대리전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친이계로선 경주에서 패할 경우 타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해 총선 이후 처음으로 치르는 친박계와의 민심 경쟁이다. 여기서 밀리는 건 민심 이반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지난 총선과 달리 이번엔 박 전 대표가 친박계 후보에 어떤 지원도 하지 않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나서지도 않았는데 밀린다면 그게 더 문제다.



반면 박 전 대표는 정수성 후보가 패하더라도 크게 잃을 게 없다는 게 중론이다. 만약 정수성 후보가 이긴다면 금상첨화다. 상황이 이렇다면 굳이 나서기 보단 잠자코 결과를 기다리자는 계산이다.

판을 차기 대선 구도까지 넓혀 봐도 아직 때가 아니라는 게 박 전 대표 측의 생각이다. 다음 대선까진 3년이 남았다. 당내 대선 후보 경선까지만 해도 2년 이상이 남았다. 부동의 차기 대선주자 0순위로 꼽히고 있는 상황에서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박 전 대표는 대신 꾸준히 정·재계 유력 인사들과 교류하며 내공을 쌓고 있다. 지난해까진 2주에 1번꼴로 대학교수들과 조찬토론회를 열었다. 한 측근은 "올해 들어선 고위공직자, 법조계 최고위급 인사, 경제계 대표 등과 매주 10명 안팎을 일대일로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치권 한 인사는 "박 전 대표가 수성전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뚜렷한 후보가 없는 친이(친 이명박)계에 비해 친박계는 차기 대선 경쟁 구도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다. 그런 만큼 상대를 공격하는 공성전보단 '내 것을 지키는 싸움'에 들어간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에선 박 전 대표가 당내 현안이 불거질 때마다 침묵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 전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도 줄곧 0순위로 거론되다 막판에 이 대통령에게 '뒤집기'를 당했다. 박 전 대표가 몇 차례 선거를 거치면서 한나라당의 '대표'가 아니라 계파의 수장이라는 이미지만 키운다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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