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포인트]"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오승주 기자 2009.04.1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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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량 비율 등 과열 신호...펀드환매후 직접투자도 신중해야

#회사원 김모씨(36)는 17일 아침 출근 뒤 컴퓨터에 접속하자마자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접속해 최근 인기를 끄는 바이오관련 종목에 매수를 넣었다. 잠시 뒤 사무실에는 "매수가 체결되었습니다"는 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컴퓨터 사운드장치를 켜 놓은 사실을 깜빡 했던 것이다.

사무실 동료들의 시선이 '매수체결'을 알리는 음성에 집중되자 김씨의 얼굴은 홍당무가 됐다. 지난해 증시 급락기에 "주식을 하면 사람이 아니다'고 동료들에게 선언했던 김씨였기에 쏟아지는 시선에 몸둘 바를 몰랐다. 그러나 김씨는 최근 증시 상승세가 가속화되자 본전 생각이 간절했다. 이번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던 김씨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다시 증시에 뛰어들었다.



#중견기업에 다니는 박모씨(38)는 최근 아내의 태도에 놀랐다. '주식의 주(株)'자도 모르던 아내가 "최근 증시가 많이 오른다고 하던데 펀드를 깨고 주식에 투자해보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받고서다. 증권과 관련된 업무를 하는 박씨는 국내외 펀드에 '물린 돈'이 1000만원이 넘는다.

자신도 펀드를 환매하고 직접투자에 뛰어들어 손실을 만회하고 싶은 욕심이 굴뚝같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상당폭 오른 증시를 보면서 펀드를 환매하고 직접투자에 나설 확신이 들지 않는다. 박씨는 아내의 '대담한 발언'을 듣고 단기적으로 고점에 다다른 느낌을 받고 욕심을 포기했다.



지난해 "주식이라면 이가 갈린다"며 절주(絶株)를 선언한 투자자들이 슬슬 증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여기에 주식투자에 대해 지식이 얕은 장삼이사(張三李四)들도 조금씩 증시를 향해 고개를 들고 있는 분위기다.

고객예탁금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급증하는 등 증시의 과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3월 이후 코스피시장이 25.4%, 코스닥시장이 33.0% 급등하면서 증시로 향하는 '돈의 발길'이 가팔라지고 있다.

예탁금의 증가는 최근 과열되는 투자심리를 적극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예탁금은 16조472억원으로 앞선 최고치인 2007년 7월18일 15조7694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 6조8066억원에 비해 100여일만에 73.7%가 늘어났다.


빚을 내 투자하는 신용융자도 지난해 10월말 최저치 1조1000억원에서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 15일 2조8000억원까지 늘어났다.

거래량과 거래대금도 급증세다. 코스피시장의 거래량은 지난 2월말 평균 4억5000만주 수준에서 지난 14일 9억3209만주로 배 이상 불어나는 등 최근 9억주 가량이 거래되고 있다. 거래대금도 지난 2월말 3조5000억원 수준에서 최근에는 9조원을 넘나들며 2.6배 급증했다.



특히 코스닥시장의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괄목상대할 만하다. 2월말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평균 5억주와 1조1800억원 수준이었다면, 4달만인 지난 14일에는 1조1060만주와 4조1036억원을 기록하는 등 폭발적인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단기급등에 따른 조정이 매복하는 가운데 증시에 쏠리는 관심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곽병열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과열 여부를 판단할 때 쓰이는 지표들이 모두 과열 신호를 나타내고 있다"며 "거래량과 거대대금의 급증, 거래량비율, 중소형주와 코스닥주의 비중 증가 등을 고려하면 냉정함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거래량비율은 일정기간 주가가 상승한 날의 거래량을 하락한 날의 거래량으로 나눈 것으로 증시의 과열과 침체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다.

KB증권에 따르면 최근 코스닥시장의 거래량 비율은 422%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거래량비율은 150%가 보통, 450%가 넘으면 과열로 판단하는데, 적어도 코스닥시장은 과열권에 진입했다는 게 곽 연구원의 설명이다.

국내증시 전체 시가총액 가운데 코스피 중소형주와 코스닥주 비중도 23.6%로 집계됐다. 2003년 이후 최고치(24.9%)까지 급등했다.



곽 연구원은 "2003년 이후 중소형주와 코스닥시장의 비중이 고점을 이룬 뒤에는 조정이 거세게 나타난 것으로 관찰됐다"며 "과열 해소를 위한 조정를 고려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펀드를 환매해 직접투자에 나서는 것도 신중하게 고려할 사항이라는 지적도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14,200원 ▲120 +0.85%) 투자전략팀장은 "펀드를 환매해 직접투자에 나서는 일은 펀드와 주식시장 모두에서 2중으로 손실을 확정짓는 게 대부분"이라며 "뇌동매매의 욕심을 버리고 차분히 현재 상황을 주시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귀띔했다.



이날 오전 11시15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에 비해 1.0% 오른 1350.59를 기록하며 1350선 안착에 주력하고 있다. 코스피시장은 4월 들어 15일(-0.71%)과 8일(-2.93)을 제외하고는 줄기차게 오르며 11.8%의 상승률을 나타내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장중 484.94까지 하락하며 조정의 기미를 보였지만, 개인 매수세가 몰려들며 493.70을 기록하며 약보합 수준으로 회복됐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 같은 시기는 주변에서 '주식으로 재미 좀 봤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증시를 떠난 개인들이 조바심을 낼 시기"라며 "일반적으로 거래대금이 급증하고 주식을 모르는 개인들이 움직이는 시기가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조바심을 앞세우면 '개미들의 무덤'행렬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다"며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차분히 지켜보는 것도 투자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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