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밥맛을 아세요?"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2009.04.16 13:10
글자크기

[하나의 세상에 사는 우리]<5-2>슬로푸드 전파하는 이해영 교수

"진정한 밥맛을 아세요?"


"밥알을 꼭꼭 씹어서 먹어보세요. 씹으면 씹을수록 단 맛이 느껴질 거에요. 침 속의 아밀라아제가 전분을 분해해 만드는 이당류, 단당류 맛이죠. 이 단맛은 설탕이 주는 단맛과 달라요. 밥알을 서너번 씹어선 느낄 수 없는 진정한 밥맛이죠."

슬로푸드문화원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해영 상지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사진)는 슬로푸드(slow food) 운동의 취지를 '음식의 진정한 맛을 되찾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슬로푸드는 1986년에 미국의 패스트푸드 체인점 '맥도널드'가 확산되는 데 반대해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운동이다. 맥도널드가 이탈리아 전통의 맛을 위협한다는 이유였다.

이 교수는 "슬로푸드는 ‘빠름(fast)’을 위해 획일화되고 동질화되어 가는 우리의 식생활을 ‘느림(slow)’이 주는 긍정적인 힘으로 바꾸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느림'은 맛의 즐거움과 함께 건강도 가져다준다.



"혀끝에서 느껴지는 맛이 주는 쾌감만을 강조하다보니 식품에 첨가물 함량이 높아지고 건강에 이롭지 못한 성분들이 더 많이 들어가게 됩니다. 결국 '빠른 음식'은 우리의 건강을 해치게 되죠. 음식에서 고유한 재료의 맛을 살리지 못하고 획일화시켜 버리구요."

최근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모 TV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보면서 남들이 웃을 때 이 교수는 슬픔을 느낀다. 찌개나 국, 탕 같은 음식을 만들다 맛이 안 나면 무조건 라면스프를 넣는 장면 때문이다.

"라면스프를 넣은 음식이 맛있다고 느끼는 출연자의 모습을 보면 슬퍼집니다. 라면스프의 조미료를 넣어야만 맛있다고 느낀다면 미각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이 교수는 "음식을 만들 때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비로소 참된 맛을 낼 수 있다는 진리는 식품영양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제가 몸소 실천하고 있는 생활 철학"이라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멸치, 다시마, 표고버섯으로 국물을 우려내 국이나 찌개를 끓이라고 권한다. 마른 새우나 멸치를 갈아서 천연조미료로 만들어두면 유용하게 쓰인다.

식재료는 '로컬푸드' 즉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된 농축산물이 좋다. 먼 곳에서 생산될수록 운송시간이 길어져 불가피하게 농약과 보존제를 많이 사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철 농산물은 약품 과다사용 염려가 적고 영양소 파괴도 적다.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구하기 어렵다면 오늘 밥상 위에 오른 밥알부터 꼭꼭 씹어 먹어보라고 이 교수는 조언한다. 콩밥이라면 콩맛을, 팥밥이라면 팥맛을 느끼면서.

"숟가락으로 찌개를 떠먹고 젓가락으로 김치를 먹는 것이 슬로푸드에요. 건강한 밥상,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슬로푸드 쉽게 실천하는 법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