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삽 뜨지도 못한 채 골병든 '용산'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2009.04.14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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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반발로 '반쪽개발' 위기, 자금난도 겹쳐

▲동원베네스트 단지 입구▲동원베네스트 단지 입구


"반쪽은 무슨 반쪽개발이에요. 원래 이곳은 개발대상도 아니었는데 그대로 놔두는 게 완전개발이죠." (용산 성원아파트 주민)

14일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통합개발 결사반대'라는 노란색 플래카드가 단지입구와 아파트 창문 곳곳에 걸려있다. 서울시가 철도정비창 부지를 우선 개발하고 주민반대가 심한 서부이촌동 아파트는 개발을 보류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지역주민들은 술렁였다.

▲동원베네스트 주민들이 통합개발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동원베네스트 주민들이 통합개발을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반쪽개발' 소식에 주민들 '떠들썩'=통합개발을 강력히 반대해왔던 성원, 대림, 동원베네스트 아파트 주민들은 당연한 결과라며 두 손 들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차현재 통합개발반대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주민들이 2주 동안 용산구청 앞에서 투쟁하니까 이제서야 슬금슬금 물러서며 존치하겠다고 나왔다"고 말했다.



박한근 비상대책위원회 회장은 "20~30년 뒤 아파트가 노후화된 후 개발하는 것은 주민들이 간절히 원하던 바"라면서도 "(서울시)도시계획국장이 도시개발구역 지정 때 서부이촌 아파트를 제외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정치적 발언일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시는 사유지에 대해선 도시개발구역 지정에서 배제하고 통합개발계획을 전면 취소해야 한다"며 "8.30 이주대책,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회사㈜(이하 드림허브)의 사업권자 선정취소 등 3가지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비대위는 시가 한발 물러난 입장을 보였음에도, 앞으로 도시개발구역 지정 반대결의서를 전달하는 동시에 반대시위를 계속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용산역세권개발㈜ 관계자는 "분리개발할 경우 주민들은 보상받기가 힘들어지고 한강르네상스사업, 국제터미널 개발이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다"며 "시의 입장을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권자인 드림허브 측은 "주민들이 아파트 존치를 원하면 어쩔 수 없지만 결국 집값 하락으로 이어져 피해가 주민에게 돌아간다"며 "현재 시세에 미래 개발 프리미엄이 반영돼 있어 개발이 미뤄지면 시세를 유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용산역세권 통합개발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건 서부이촌동 대림아파트▲용산역세권 통합개발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건 서부이촌동 대림아파트
◇자금난에 '휘청', 인근 재개발 사업도 '불투명'=이같은 주민 반발 외에도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사업이 난항을 겪는 원인은 또 있다. 우선 드림허브의 경우 현재 자금난에 봉착, 철도기지창 부지매입을 위한 토지대금 중도금과 이자를 코레일 측에 납부하지 못하고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로 납부기한이 경과된 2차 토지대금은 4027억원(중도금 3000억원, 이자 1027억원). 이달 1일부터 용산역세권개발㈜가 부담해야 하는 연체료(연이율 17%)는 하루 평균 1억8000만원에 달한다.

코레일은 "드림허브가 2차 토지대금을 계속 납부하지 않을 경우 관련법에 근거, 미납 중도금에 대해 연체이자 17%를 부과하고 중도금 대상 토지에 대한 환매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시중에 떠돌던 용산구청 부지 개발에 대해 용산구가 공식적으로 계획 자체를 부인함에 따라 인근 지역의 재개발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오는 2010년 이태원으로 청사를 옮길 예정이었던 용산구청이 이전 후에도 현 청사를 허물지 않고 리모델링한 후 문화센터와 보건소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용산구청이 그대로 남을 경우 구청 부지와 주변 다세대·다가구 밀집지역을 한 블록으로 묶어 통합개발할 수 없게 돼 구역 정리가 어렵게 된다. 한남동 M공인 관계자는 "용산구청 이전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집값이 많이 올랐는데, 앞으로 용산구청사 문제가 걸려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서부이촌동 단지 입구▲서부이촌동 단지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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