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팔아라' 외치지 못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2009.04.13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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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 징후 불구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올라왔다', '속도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다', '조정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 등등 과열을 경고하는 목소리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과열의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3월초 990선에서 시작된 코스피는 상승 가도를 달리며 한달여만에 36.0%가 넘는 상승률을 보이고 있고 코스닥지수의 상승률도 45.0%에 달하고 있다. 대표적인 벨류에이션 지표인 PER은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 올랐던 2007년 하반기보다 높다. 코스피지수와 120일 이동평균선과의 거리가 120% 가까이 벌어졌고 예탁금 회전율이 우리 증시의 역사적인 고점 수준인 80%를 넘어섰다. 미국 등 주요국 증시도 5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고 미국의 경우 최근 한달 간의 상승률이 대공황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정도다.



그럼에도 과감히 '팔아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는 많이 들리지 않는다. '차익실현 주장'이 다행히(?) 전혀 없지는 않지만 추가상승을 예상하는 주장이 더 많다. 이유는 시장이 좀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주가는 밸류에이션상 고평가됐거나 과열 징후가 나타나더라도 언제든지 이를 넘어서는 이른바 '오버슈팅'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다른 증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을 많이 강조해 왔던 한국투자증권은 "현재 보이는 밸류에이션보다 시장의 실제 밸류에이션 부담은 더 높을 수도 있지만 ‘당장 팔아라’라는 조언을 하지 못하는 것은 당장의 뉴스 플로우가 크게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학균 연구원은 "미국 금융시장발 악재가 돌출되면서 시장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낮아졌고 기업 이익 전망치가 많이 낮아졌다는 점도 나름의 안전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코스피지수가 현 수준에서 탄력적으로 오르기는 힘들지만 조정이 있더라도 조정의 강도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도 "금융기관 스스로 긍정적이라고 자처하고 나섰던 연초 실적의 신뢰성은 상당히 높아 보인다"며 단기적인 과열 시장에서 미국 금융회사들의 실적이 시장을 지탱해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아예 단기적으로 '기다리던 조정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동부증권은 "금주 국내 증시의 기간조정을 전망하는 게 속편한 전망이 될 수 있다"며 "지난주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주 국내 증시의 강세국면은 지속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추가 상승을 예상할 경우 경기민감주에 대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들이 높다. 실적이 괜찮을 것으로 예상되는 IT, 실적개선 및 건전성 의구심 해소가 기대되는 은행 등에 대한 매수를 추천하고 있다. 다만 조정시 매수라는 단서를 달고 있기는 하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주식 자체의 비중 확대보다는 업종별 순환매 흐름을 잘 따라잡는게 중요하다"며 음식료 업종에 대한 관심을 주문했다. 대부분 국가들에서 음식료 업종의 PER이 시장보다 높은 경우가 많지만 최근 음식료 업종의 PER은 시장 PER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다.



김학균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당장 10% 정도의 상승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그동안 소외됐던 섹터에서는 충분히 가능할 수 있다"며 "별다른 조정없이 올라온 코스피의 단기 조정 리스크까지 감안한다면 음식료 업종이 가진 상대적 매력도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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