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평채 발행의 아쉬운 장면들

더벨 이승우 기자 2009.04.10 10:05
글자크기

[thebell note]주관사 선정 과정 불투명

이 기사는 04월09일(14:18)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정부의 외화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이하 외평채)이 마침내 발행됐다. 규모가 30억달러나 돼 외화 유동성 우려를 덜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최근 금융시장 여건을 감안하면 금리 수준도 나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아쉬움도 남아 '10점 만점에 10점'은 주지 못할 것 같다. 이유는 이렇다.

#지난해 발행 포기에 대한 미련



지난해 하반기 정부는 외평채 발행 계획을 한 번 접었던 경험이 있다. 홍콩과 미국 등 로드쇼 일정 중에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와 북핵 문제가 터지면서 가산금리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발행을 했다면 가산금리는 200bp대로 9일 발행된 금리 400bp대의 절반 수준이다.

물론 결과만 놓고 평가하는 것은 억지다. 하지만 그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도록 정부가 스스로 무덤을 파놓았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가산금리 200bp 이하로 발행할 것이라고 사전에 '공언'을 하고 로드쇼에 나갔고 금융시장이 악화되자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해 계획을 접었던 것이다.

당시 발행을 했다면 공언한 금리 200bp 이하는 못 맞췄겠지만 발행 자체는 성공할 수 있었다. '가산금리 200bp 이하'라는 무덤에 스스로 파묻혔던 아쉬움이 있다.


#주관사 선정의 불투명성

외평채 주관사로 선정되는 것은 투자은행(IB)들에겐 '꿈' 같은 일이다. 수수료를 많이 받아 이익을 내기 위한 것보다는 주선 실적(트랙 레코드)에 상당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IB들이 일반 기업들의 외화채권 주선 업무를 맡겨 달라고 부탁할 때 외평채 주선실적은 선정 기준의 중요한 평가 잣대가 된다.



3년만에 정부가 나서자 외평채 발행 주관사 따내기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 관계자들에게 최대한의 정보 제공은 물론 일부 IB는 자비를 들여 해외 투자설명회(IR)을 주선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존(지난해 8월) 선정된 주관사 중 대부분이 탈락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지난해 발행 포기가 정부의 선택이었다는 점에서 이미 선정한 주관사들을 대거 탈락시킨 건 가혹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또 하나, 전략적으로 국내 IB 육성은 납득하겠지만 이 업무(해외채권 주선업무)를 전혀 해보지 않았던 곳을 낙점한 것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같이 일했던 주관사들 사이에서도 "전혀 경험이 없는 곳하고 일하기 쉽지 않았다"는 얘기들이 돌았다.



주관사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이 위원회를 구성하고 점수를 매겨 최종 명단을 정부에 넘긴다. 정부는 위원회를 존중해 올라온 명단에 맞춰 주관사를 선정하는 게 통상적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정부로 공이 넘어간 후 위원회가 최종적으로 추천한 IB들 중 탈락한 곳이 있었다고 한다. 대신 다른 IB가 그 자리를 차지한 것.

어떤 기준이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동안의 주선 실적과 국가 경제에 대한 공헌도 등 여러 기준이 있겠지만 투명해 보이지 않는 건 분명하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