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3살, 우리 아이는 투쟁중

이서경 푸른소나무소아정신과 원장 2009.04.1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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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경의 행복한 아이 프로젝트]

아이가 3세 전후로 걸음마기에 들어서면서 말을 안 듣는다고 양육상담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애기 때는 부모가 하라는대로 순종적이었던 아이가 자기 나름대로의 주관이 뚜렷해지면서 말을 듣지 않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걸음마기의 아이들은 이전 시기의 아이들과는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부모의 전적인 관심과 사랑을 얻기 위해 매일 투쟁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가족 내에서 '독점적인 인기인'이 되기를 원하는 마음 때문에 형제들과도 잘 다툴 뿐 아니라 엄마의 관심을 얻기 위해 아빠와 잠깐동안 라이벌이 되기도 하고, 아빠의 사랑을 얻기 위해 일시적으로 '엄마 저리가' 라고 하기도 한다. 이 시기에 "내가 부모의 사랑을 전적으로 소유하고 있다."는 욕구가 충분히 해결되지 않으면 나중에 커서 친구나 애인 관계에서 질투를 심하게 내는 성향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런 아이의 심리를 잘 이해해서 다독여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아이가 말을 듣지 않는데도 아무 제재도 가하지 않는다면 아이는 엄마 말을 더 이상 따르지 않아도 될 것으로 여길 수도 있기 때문에 허용과 확실한 한계 설정을 현명하게 이용하는 것이 이 시기의 아이를 다룰 때 중요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시기에 아이를 어떻게 다루는지는 평소 부모의 성격과 양육 가치관에 따라 좌우된다. 부모의 양육 스타일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지나치게 권위적인 스타일, 지나치게 허용적인 스타일, 무관심한 스타일, 그리고 적당히 권위적이면서 상호적인 스타일이 그것이다.



지나치게 권위적인 부모는 엄격해서 아이의 행동과 태도를 통제하려고 하고 토론을 용납하지 않는다. 부모의 기준에 맞추어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려고 하고, 권위에 대한 복종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이런 부모는 아이가 말을 듣지 않을 때 체벌을 쉽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지나치게 허용적이거나 무관심한 부모는 한계 설정을 해 주지 않고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모는 일반적으로 다른 부모들이 요구하는 만큼의 높은 기준을 아이에게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가 학업 수행이나 행동 조절 면에서 발달이 더디기가 쉽다.

가장 바람직한 양육 스타일은 부모로서의 권위가 있으면서도 상호적인 스타일이다. 이런 부모는 가정 내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확실히 정해 놓지만,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아이와의 의사 소통을 통해 결정을 내린다. 이런 부모는 아이와 부모 양쪽 의견이 모두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고, 아이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기 위해 체벌이나 고함치는 것과 같은 물리적인 힘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믿는다. 오히려 아이와 함께 규칙을 정하고 왜 이러한 규칙이 중요하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기를 좋아한다.


상호적인 부모는 아이가 아무리 어리고, 부모 자신의 취향이나 관점과는 다르다고 할지라도, 아이가 그들 나름의 취향과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그것을 최대한 존중해 주려고 노력한다. 또 아이에게 높은 기준을 정해주고, 아이가 독립적으로 수행하기를 격려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수행 성과가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양육방법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대규모 연구를 통해 본 결과는 지나치게 권위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사회적인 유능감이 부족하고, 활동을 주도하기 힘들어 하며 사회적 상황에서 위축되기가 쉽다고 한다. 게다가 이런 아이들은 지적 호기심이 적고, 무엇이 옳은지를 결정하는데 있어서도 자발적인 의사 선택을 하기 보다는 권위자의 판단에 기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반대로 지나치게 허용적이거나 무관심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자신의 충동을 조절하기가 어려워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거나, 미성숙하며, 책임감이나 독립심이 부족하다고 한다.

적당히 권위적인 상호적인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자존감이 높고, 자심감과 독립성이 발달되어 있고, 다른 친구들보다 지적으로 호기심이 왕성하다고 한다. 또한 이런 아이들은 사회성이 발달하여 원만한 또래 관계와 대인 관계를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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